1891년 개관한 카네기홀은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무대. 대중가수에게는 좀처럼 대관을 허락치 않는 카네기홀에서 지난 99년 첫 공연을 한 인순이는 11년만에 다시 이 무대에 섬으로써 두가지 기록을 세웠다.
한국 가수로는 사상 처음 카네기홀을 두 번 밟는 기록과 이틀 연속 콘서트를 펼친 것이었다. 인순이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매너를 인정한 극장측의 파격적인 배려였다.
그런만큼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틀 연속 카네기홀을 메운 관객들 중에는 뉴요커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한인관객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 한국 가수의 열창에 뿌듯한 자긍심마저 느끼는 듯 했다.
롱아일랜드에서 온 김민혜 씨는 “그동안 한국 가수 콘서트를 많이 봤지만 오늘처럼 가수와 관객이 한덩어리로 열광하는 공연은 처음이다. 특히 카네기홀에서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한 인순이가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만족해 했다.
이날 인순이는 ‘밤이면 밤마다’, ‘친구여’, ‘FIRE’, ‘거위의 꿈’ 등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노래들은 물론, 추억의 가요와 최신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1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3대가 왔다는 한 가장은 “딸보다 어릴때부터 인순이 노래 들었는데 같이 온 딸도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인순이는 특히 이번 공연에 한국전 참전 16개국 UN 대사들과 참전용사 100여명을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얼굴을 보지 못한 아버지를 그리듯 인순이는 “참전용사 분들 모두가 제게는 아버지”라고 털어놓아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번 공연을 특별 후원한 KRB 한국라디오방송을 통해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전한 인순이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 12일 오후 8시 노키아 극장에서 설날 특별공연을 펼친다. 노키아 극장에 한국 여가수가 단독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인순이가 처음이다.
에너지 넘치는 노래와 화려한 볼거리에 로스앤젤레스의 한인들도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토랜스에 사는 임재순 씨는 “대형무대를 소화하는 한국 가수들이 흔치 않은데 레이디 가가의 공연도 열린 노키아 극장이라 더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