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과 구조대원들은 이제 아이티 전역에 걸쳐 전염병이 확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집을 잃고 거리를 떠도는 수많은 이재민들은 깨끗한 물도 없고 위생처리가 되지 않는 환경에 놓인 가운데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시신들이 부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5일(현지시간)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 의사회’ 그렉 엘더 매니저의 말을 인용, "벌써 유행성 설사병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1주일안에 면역성이 떨어지는 유아와 부상자, 기타 환자들이 치명적인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일반 질병들도 사람들이 밀집한 상황에서 면역성과 위생문제 등으로 인해 일반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가령 호흡기를 통해 홍역같은 병이 창궐할 수도 있다.
2006년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 어린이들의 절반은 홍역 예방주사를 접종하지 못한 상태이다. 폴 가우드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찢기거나 열상의 작은 상처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복용해야 하는 약들의 공급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에이즈 환자 비율이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아이티에서는 결핵환자도 흔하다. 이런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이 생기지 않아 큰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아이티는 본래 보건체계가 엉망인 곳으로 악명이 높아서 유행병에 대단히 취약하다. 전 국민의 50%가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하고 81%만이 적절한 위생처방을 못받고 있다.
지진으로 사망한 시신이 당장 질병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십자사 우티 호프마스터 씨는 “이번에 사망한 사람들은 무슨 병에 걸려서 사망한게 아니라 재난사고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유행병을 옮길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는 국가 기반 시설이 제대로 되 있지 않은게 문제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가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예일대의 린다 데구티스 공중보건 및 비상의약과 교수는 “아이티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생수와 음식, 의약품 등을 확보한 사람도 없었고 그나마 지금은 모든게 파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데구티스 교수는 “카트리나로 인해 우리는 교훈을 얻었지만 아이티의 시설이 너무 제한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열대기후는 생존자들이 밖에서 생활해도 지장이 없도록 돕지만 모기 등 해충의 공격과 열대성 전염병 뎅기열과 말라리아가 퍼질 위험성이 많다고 전염병 국제학회이사회의 리차드 웬젤 씨가 지적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위생담당 엔지니어 캐서린 대데유 씨는 “과거 파키스탄과 중국의 대지진이 외진 지역에서 발생한 것과는 달리 아이티의 지진은 3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 포르토 프랭스를 강타했기 때문에 피해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지진은 쓰나미나 허리케인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다. 경미한 부상자라면 좀더 오랜 시간을 버틸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잔해에 깔린 생존자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최대한 72시간으로 보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1000명 이상의 환자들을 4곳의 임시 텐트시설로 분산해 치료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기존 시설 3곳은 파괴돼 활용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부상자 일부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한 지역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보스턴의 비영리기관인 파트너스인헬스는 센트럴 플래튜의 병원 밖 교회에 임시치료시설을 만들고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몇 개의 임시긴급치료소를 구축했다.
파트너스인헬스는 120명의 치료의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술의사는 부족한 상황이다. 앤드류 막스 씨는 보스턴과 플로리다에서 수술의사팀이 날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애미 대학 신경외과 의사인 바스 그린 씨는 다른 의사들과 함께 지난 13일 프라이빗 제트기로 도착하자마자 공항 근처에 마련한 임시치료소에서 교대로 수백 명의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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