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완 기수가 돌아왔다. 유승완 기수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선진경마를 경험하기 위해 매릴랜드주 로렐 경마장으로 떠났다가 5개월 여 만인 지난 12월25일 입국해 지난주 서울경마공원으로 복귀했다.
유승완 기수는 복귀 첫날인 지난 9일 토요경마에서 4차례 경주마에 올랐지만 입상 없이 4착 1회에 머무르며 혹독한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튿날인 일요경마에서는 2번 경주에 나와 준우승 1회, 3착 1회를 기록하며 5개월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짧다면 짧고 길었다면 길었을 5개월, 무엇을 얻었나?
유승완 기수가 미국경마에서 배워온 것들 중에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일까? 유승완 기수는 주저 없이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 유승완 기수는 다소 소심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수조건이었다.
유승완 기수의 미국 연수가 한국마사회와 농식품부의 특별적립금 사업에 해당돼 왕복항공료, 체제비 등을 지원받기는 했지만 현지에서 고용한 ‘통역가이드’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당초 3개월 동안 쓰려던 것을 한 달만 쓰기로 했다.
1달이 지나고 통역 없는 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유 기수는 서툰 영어에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현지인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로렐 경마장의 카를로스 가르시아 조교사가 관리하는 마방에서 연수를 받은 유승완 기수. 마방식구들은 처음엔 동양인인 유승완 기수를 그저 신기한 듯 보았지만 유기수의 노력에 그들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같은 일원으로 받아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라며 "그때부터 나도 모르는 자신감이 생겨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6번의 실제경주 기승, 성에 안차지만 좋은 경험
유승완 기수는 체류하는 동안 통산 6회 경주에 기승했다. 경주성적은 우승 없이 3착만 2번 기록했다. 경주성적도 그렇지만 기승횟수가 너무 적었다는 게 가장 불만이다.
유 기수 스스로는 최소한 수십 번의 경주기승을 바랐지만 상황은 그렇지는 못했다. 하지만 6번의 경주경험은 분명 소중한 것이다.
"첫 번째 기승이 잔디주로였는데, 모래주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나머지는 모두 모래주로였는데, 기본 기승술이나 말을 추진하는 동작 등이 한국경마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승완 기수는 미국에서 배웠던 기승술을 한국경마에 그대로 접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경주마들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기승기법들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현지의 기승술을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배워온 것을 그대로 썩힌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승완 기수는 "한국에서는 미처 몰랐던 선진화된 기승기법을 적절히 활용해 한국에 잘 맞도록 가다듬는 건 제 몫이죠"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마방식구들 중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현지 연습 기수(Exercise Jockey)였던 ‘라몬’씨는 유승완 기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정식 기수는 아니지만 마방의 조교를 책임지는 연습기수들이 여럿 있는데, 그 연습기수들 중 가장 연차가 많았던 라몬 기수는 유승완 기수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라몬 기수는 미국경마의 특성과 그에 따른 적절한 조교방법, 기수로써의 체력관리 등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라몬씨 나이가 70대인데, 저를 어린애 취급하지 않고 기수의 한 사람으로 진지하게 대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유승완 기수, 서로 얼마나 마음을 나누었던지 한국으로 다시 떠나올 때 둘은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단다.
◇한국경마, 선진경마로 가려면 말 중심의 시스템 도입해야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유 기수는 "미국경마와 한국경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말이 중심이냐 사람이 중심이냐’로 압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주마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인마순치’가 너무도 잘돼 있지만 한국의 경주마들은 인마순치가 제대로 안된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벽조교 때 하루에도 수차례 낙마가 발생하지만 미국에서는 한 주에 1번 보기도 힘들다고 한다.
또 미국은 경주에 나갔던 마필들은 바로 다음날부터 회복훈련을 하지만 한국은 부족한 조교인력 때문에 경주 후에는 2주 정도는 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좋은 부분도 있었다. 바로 경마관련 시설이 그것으로, 한국의 경마장 시설은 미국 경마장에 비하면 너무도 훌륭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관람시설 뿐만 아니라 마방의 시설 또한 미국경마장보다 한국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하며 "한국경마의 기본 인프라는 매우 훌륭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승완 기수는 "아직 연차도 많지 않은 제가 이런 이야기 하는 게 선배 기수나 마사회에 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오해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마쳤다.
2010년, 미국경마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유승완표 매운 맛’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