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장영식 기자 = 67세 이광연 할아버지는 3개월 전 사별 후 입맛이 없다면서 7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던 경로당 친구와의 만남도 귀찮아하기 시작하더니 밤만 되면 누군가 자신을 해하려 한다며 잠긴 문을 몇 번이나 확인하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 수. 병원을 방문해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 받았지만 누군가 당신의 약에 독약을 넣었다며 복약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위 사례처럼 노인 우울증은 사별 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를 포함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20%가 넘는 것을 파악되고 있다.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우울증은 남편과의 사별, 경제적 손실, 좌절, 폐경 등 상실이라는 유발인자가 뚜렷한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주기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것이 주요 특징이다.

특히, 초조, 심한 건강염려증, 후회, 죄책감, 절망감, 우울 망상이 뚜렷해 심각한 경우 자살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만명 당 자살률은 지난 1996년 28.6명에서 2006년 72.1명으로 약 2.5배가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65세 미만이 11.7명에서 16.8명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수치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해 OECD 29개 국가 중 자살 증가율 1위, 자살 사망률 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당당히(?)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수준이다.

노인들의 자살은 본인의 질병, 우울증, 자녀와의 갈등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평생을 함께 지내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우울증을 유발시키고 노인 자살을 부르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노인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의 표현 적음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 많음 ▲최근에 발생된 신경증적 증상 ▲치매에 동반된 우울증 ▲행동장애 ▲비정상적 성격 성향의 강화 ▲뒤늦게 발생한 알코올 의존 등이 있다.

노인 우울증은 젊은 사람과 다르게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경우 '자살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노인우울증의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대개 4주 이내에 우울증의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증상 조절 후에도 재발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항우울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우울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를 받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요구된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이 우울증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로 활동을 유도한다면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자원봉사, 종교생활, 취미생활, 운동 등을 통해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울시립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동현 과장은 "노인은 우울 증상에 대한 표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사별과 같은 주요 사건을 경험한 후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어 보이거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고 호소할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노인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성공률이 80%로 높아 자살과 같은 심각한 문제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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