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공원 소속마필인 ‘불패기상(미국산, 3세, 수, 36조 김양선 조교사)’이 교류경주로 열린 제5회 부산광역시장배 대상경주(GII) 우승을 거머쥐며 서울의 자존심을 지켰다.
2007년부터 실시된 부산경남경마공원과의 교류경주에서 9번의 도전 만에 서울경마공원 소속마필이 처음으로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텅 빈 경주로 넘어 부경에서 전송된 경주장면이 송출되고 있는 전광판을 지켜보던 서울경마공원의 3만여 경마팬들은 숨죽이고 전광판을 응시했다.
발주기 문이 열리고 단숨에 선두를 꿰찬 것은 서울소속마필인 ‘가마동자’(뉴, 거, 5세)였다. 그 뒤를 부경경마공원의 기대주 ‘연승대로’(국1, 3세, 수)와 ‘아름다운질주’(국1, 5세, 수)가 바짝 따라 붙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주는 혼전양상을 보였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서울경마공원 소속마필들이 하나둘 선두권에서 멀어지고 선두에서 경합하는 마필들은 모두 부경경마공원 마필들이었다.
서울마필이 빠진가운데 ‘연승대로’과 ‘아름다운질주’가 막판 추입대결을 보이며 우승을 경합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경마공원 경주마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결승을 불과 200여 미터 앞두고 추입을 시작한 ‘불패기상’은 결승선을 수 미터 앞두고 그야말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 후착마 ‘연승대로’에 1마신차 앞서는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을 차지한 최범현 기수는 그간 서울경마공원 경주마들의 부진을 설욕했다는 듯 회심의 세레모니를 선보이며 우승을 자축했다.
순간 서울경마공원의 경마팬들은 마치 눈앞의 경주로에서 경주가 펼쳐진 듯 환호성을 쏟아내며 우승을 축하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직선주로가 길어 부경의 경주마가 서울의 경주마보다 강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 경주는 직선주로가 길었기 때문에 ‘불패기상’이 추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와 경주마의 능력과는 별개라는 것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주로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든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경마장의 특성을 이용한 스페셜리스트는 존재할 수 있지만 각 경마장에 소속된 경주마들의 능력차이까지 주로구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불패기상’이 증명해 보였다는 점이다.
이제 경마팬과 관계자들의 관심사는 다음 교류경주인 그랑프리(GI)에 몰리고 있다. 지난 농림부장관배(GII) 대상경주에서 ‘나이스초이스’(2착)의 선전으로 서울경마공원이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지만 이번에 ‘불패기상’이 승리를 거두면서 '해볼 만하다'에서 '이길 수 있다'로 마음이 바뀌게 된 것이다.
더구나 서울경마공원의 최강마로 통하는 ‘동반의강자’가 이번 경주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은 서울경마공원의 그랑프리 우승가능성을 밝게하고 있다.
이번 경주로 '서울의 국산마들은 약했지만 외산마들은 확실히 강하다'라는 부분이 분명해졌다. 또한 그렇게 강한 서울의 외산마들과 싸워 2착부터 5착까지 모두 차지한 부경 국산마들의 실력 또한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이미 부경의 국산마들은 부경의 외산마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서울경마공원의 외산마들과 자웅을 다투는 수준에까지 올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9번의 도전 끝에 첫 승의 기쁨을 맛본 서울경마공원, 선전했지만 뼈아픈 일격을 당한 부경경마공원. 과연 서울경마공원의 마필들이 이 기세를 몰아 별들의 잔치로 불리우는 그랑프리(GI) 대상경주까지 섭렵할 지 아니면 와신상담 끝에 부경경마공원 마필들이 멍군을 부르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