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김기중 기자 = 신종플루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신종 플루 백신을 제조하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수년 전 경기지역에 백신공장 투자를 희망했으나 수도권 규제로 인해 최종 단계에서 포기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공장이 국내에 건립됐다면 신종플루 백신 확보가 훨씬 수월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2004년 11월 다국적 기업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laxo Smith Kline.GSK)는 인플루엔자 및 자궁경부암 백신 제조공장을 경기도에 건립할 의사를 타진해 왔다.

GSK는 아시아 지역 전체에 공급할 백신 공장을 한국에 세우기를 원했다.

싱가포르와도 접촉 중이던 GSK는 한국의 발전된 의학기술 및 백신 배양 청정계란의 원활한 공급, 섬세한 수작업 능력 등으로 인해 국내 공장설립에 무게를 뒀으며 인력수급 등을 이유로 경기도에 투자하기를 원했다.

GSK의 적극적인 투자 의사에 손 전 지사는 독일 백신공장과 벨기에 R&D센터를 잇따라 방문했으며 한국GSK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과 4차례나 만나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도와 GSK 실무진들도 8차례에 걸쳐 세부협의를 마쳤다.

경기도는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 장안첨단산업2단지 내 부지 6만여㎡를 확보해 GSK에 지원하기로 하고 2006년 착공계획까지 합의하는 등 사실상 협약 체결만을 앞둔 상태였다.

투자규모도 1억∼2억 달러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큰 액수차를 보이지 않아 협약 체결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녹십자 본사가 위치한 전남 화순 제약단지에 GSK 공장이 들어설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반대와 더 이상 공장증설이 불가능한 수도권 규제 등으로 인해 GSK는 결국 국내 투자를 포기했다.

경기도는 공장총량제에 묶여 2010년까지는 GSK 공장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고 GSK는 공장이 서울에서 멀어지면 타산성이 없다고 판단해 다른 지역에는 투자하기를 거부했다.

현재 정부는 신종플루 1000만 도즈를 확보한 상태지만 GSK는 국내 확보분의 5배인 5000만 도즈 규모의 백신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었다.

결국 GSK는 차선책으로 고려했던 싱가포르를 아시아 공급 백신공장으로 선택, 현재 싱가포르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최근 신종플루 백신이 부족해 아우성인데 당시에 GSK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며 "결국 신종플루 백신 국내분을 훨씬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고 현재 국제 시장에서 수입하는 가격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눈앞에서 놓친 셈이다"고 말했다.

GSK사는 영국 브랜포드시에 본사가 있으며 10만명의 직원들을 보유, 연간 318억 달러(38조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다국적기업이다.

k2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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