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줄기세포 치료받고 재기에 성공한 '백광(국1, 6세, 수, 20조 배대선 조교사)'이 재기 후 목말랐던 첫 승을 거뒀다.

지난주 17일 토요경마 제11경주(국1, 2000m, 핸디캡)에서 박태종 기수가 기승한 '백광'은 경주가 시작되자 출주마 9두 중 최하위로 경주를 시작했다.

3코너에 진입하기 전까지 순위변동 없는 레이스가 이어졌으나 3코너 진입 이후 '백광'은 서서히 선두와의 거리를 좁히며 다른 경주마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경주의 대미는 결승선 전방 30여 미터였다. '프리우디(국1, 4세, 수)'와 '욱일동자(국1, 5세, 수)'의 2파전이 되는 듯 했으나 불꽃추입의 대명사 '백광'이 극적으로 추입에 성공, 후착마 ‘프리우디’에 1/2마신차로 앞서는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백광'은 4세마였던 2007년 4월 일반경주 우승 이후 30개월 만에 꿈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부상으로 발목 잡힌 능력마, 힘든 재활 견뎌내 다시 정상으로의 도전

과연 정상에서의 추락은 힘든 것이었다. 부상 직전의 '백광'은 그야말로 국산마의 지존이었다.

부상 직전까지의 경주성적을 살펴보면 통산 17번의 경주에 나가 9승, 2착 5회, 3착 3회로 승률 52.9%, 복승률 82.4%, 연승률 100%를 기록했다.

3세마였던 지난 2006년에는 문화일보배 대상경주를 시작으로 '동아일보배', '농림부장관배(GII)'를 휩쓸며 대상경주 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기도 했었다.

레이스 내용도 화려해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내닫는 추입력이 대단해 '은빛가속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다.

하지만 잘나가던 백광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부상이었다. 2007년 4월 '좌중수부계인대염'이란 질병으로 출주정지를 받았던 '백광'은 재기를 위해 2008년 4월 뚝섬배(GIII)에 출전해 2착을 기록했으나 오히려 인대염이 악화돼 출주정지 판정을 받는다.

경주마로서 인대염은 완치가 어려운 난치병으로, 보통의 경우라면 은퇴를 고려했겠지만 배대선 조교사는 '백광'의 은퇴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성공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줄기세포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치료에 돌입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부상 후 데뷔전이었던 지난 7월 SBS배 대상경주에서 4착으로 착순권에 이름을 올리더니 다음경주였던 9월에는 준우승의 호성적에 이어 지난주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명마의 부활은 그렇게 드라마틱했다.

◇최다상금의 대통령배(GI) 제패로 아름다운 도전을 완성할 것

'백광'의 우승은 30개월 만의 우승 말고 또 다른 큰 의미를 갖는다. 바로 다음달 15일에 열리는 대통령배(GI) 대상경주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달여 남은 대통령배는 그랑프리(GI)와 더불어 최고의 상금이 걸린 경주로, 국산마들에게 있어서는 외산마와 겨뤄야 하는 그랑프리(GI)보다는 우승을 노리기 유리하다.

그래서 국산마 간의 출전경쟁도 치열해 14두가 게이트를 꽉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간 오랜 공백으로 수득상금이 적어 올해 대통령배 대상경주에 14두 이상이 출전신청을 할 경우 상금부족으로 출마투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경주 우승이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불안요소를 한방에 날려버리며 다시 한 번 국산마 최강자라는 권좌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경주를 마친 뒤 배대선 조교사는 "다음 목표는 대통령배(GI) 대상경주다"라며 "경주 후에도 마체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 전성기 때의 경주력으로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름다운 도전에 성공한 ‘은빛 가속도’라 불리우는 경주마 '백광'. 아직 아름다운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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