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 등 연설문이 영어교재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 CD가 일본에서 지난 1월이후 20만장이나 팔렸고 대통령 당선이후 연설문 CD는 총 50만장 판매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오바마는 이제 일본국민의 영어교사”라고 전했다.

도쿄 외곽 가나가와에 사는 사카이 유타코 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미장원의 배경음악을 최근 클래식 뮤직에서 아사히프레스가 발간한 오바마 대통령 취임사 CD로 바꿨다. 그녀는 “영어공부도 되고 의욕도 불아넣어 준다. 손님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연설문은 무려 열두종도 넘게 판매되고 있다. ‘영어연설배우기:오바마스타일’을 비롯, ‘오바마로 영어연설 배우기’, ‘오바마와 함께 할수 있다: 대통령이메일을 통해본 40개의 마술영어표현’ 등 대표적인 것들이다.

아사히 프레스는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연설한 것을 ‘핵무기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집과 CD도 펴냈다.

조사분석기관인 야노 서치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어학습 시장규모는 사설학원을 포함, 2008년 현재 87억 달러에 달하고 대부분 영어에 치중되고 있다. 니카이도 다다하루 교수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영어공부를 할 때 네이티브 스피커의 연설문은 어려워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명료한 발음과 다소 느린 어투덕분에 알아듣기 쉽다고 평가했다.

영어교재로 쓰이는 영화의 경우 배우들이 발음을 분명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연설문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고 어휘의 선택이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오바마 연설문이 영어공부의 목적으로만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사히 프레스의 야마모토 유조 씨는 일부 사람들은 연설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구입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어떤 이는 오바마 연설중에 ‘예스 위 캔(Yes, we can)’밖에 못알아듣지만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한다.

야마모토 씨는 오바마의 연설은 음성학적으로 거의 음악처럼 감정을 움직이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분석한다. ‘오바마 연설매니아’들이 비언어적 측면에서 그의 연설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는 것도 그같은 이유다.

니카이도 교수는 “TV코미디에서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깔아놓는 것처럼 연설속의 청중들 소리도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바마 연설에 매료된 미장원 주인 사카이 씨는 외국 여행을 할 때 통역에 의존해야 할만큼 영어실력이 썩 좋지는 않지만 오바마 연설을 들을 때만큼은 미국인이 된 것같은 착각이 든다. 영어연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오바마연설 열기는 일본사회의 변화를 말해주기도 한다. 일본의 정치계에 아직은 흔치 않은 효율적이고 다이내믹하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대화스타일의 정치인을 갈망하는 정서를 반영하기때문이다.

야마모토 씨는 “경기침체속에서 사람들은 왜 일본에는 국민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오바마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지 안타까워한다”면서 최근 일본의 정계 개편도 그러한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봄 오바마 연설에 초점을 맞춘 잡지와 책들이 절정을 이뤘다. 니카이도 교수 자신도 최근 ‘대중의 열광 만들기:오바마의 전략적 웅변에서 배우기’라는 책을 저술하는 등 최근 몇 달간 이런 류의 책과 잡지는 6종이나 나왔다.

도쿄 외곽 치바에서 일본의 정치인들과 함께 일하는 캐나다 출신의 연설원고전문가 존 해리스 씨는 “일본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시작단계다. 일본 사회와 정당은 하나의 집단으로 모이지만 일본인들은 여론을 형성하고 결과가 총의로 모아지는 과정을 종종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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