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이다.

외국 물자와 자본의 유입될 뿐 아니라 예전에는 제한적이던 서비스 분야도 이제는 개방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서비스인데 이미 우리 정부는 의료시장 개방을 향한 여러 법제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의 영리법인 설립허용과, 해당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허용,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제외 등이 그것이다.

또 미국의 대형 병원들이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국민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은 느낌이다.

쌀시장 개방이나 쇠고기 수입 등에서 보여준 뜨거운(?) 관심과 사뭇 다르다.

아마도 의료시장 개방이 가져올 결과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말하듯이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 고용 증대처럼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일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되는 몇 가지 측면들이 있다.

의료시장 개방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외국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외국 병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이유는 이윤창출 때문이다.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는 영리병원은 근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가 비싸질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이런 병원들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엄청난 진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부유층만이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외국병원 도입이 외국 환자 유치, 고용 창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외국 환자를 많이 유치한다고 치자.

이들 외국 환자와 일부 부유층들만 치료를 받는 병원을 서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비의료인에 한해서 약간의 고용 창출은 이루어질 수 있으나 인건비 지출을 줄여야 하는 영리병원의 특성상 의료인의 고용증가가 얼마나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의료인 고용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도 이들 중 상당 부분은 외국인들일 것이다.

인건비가 싼 의료진으로 수익성 높은 진료만 하는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도 장담 할 수 없게 된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자연스럽게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공보험이 붕괴될 수 있단 얘기다.

부유한 사람들은 비싼 민간 보험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외국계 대형 병원에서 진료 받기를 선호할 것이다.

이는 공보험의 탈퇴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공보험료 인상은 일반 서민들이 짊어지게 된다.

민간보험은 노약자나 병력을 가진 사람의 가입을 기피할 것이며 계층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공보험이 없는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저소득층은 민간 보험에 가입할 돈이 없어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논리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건강문제마저도 경제적 논리로 해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의료 시장개방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면 정부는 이것이 우리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검토하여 나쁜 점은 수정하고 좋은 점은 더욱 홍보하길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쌀 개방, 쇠고기 수입문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료시장 개방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가족들의 건강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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