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바르셀로나가 들려주는 천재 건축가의 시간

[뉴스인]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벌써 11월이다. 계절 역시 빠르게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하고 있다. 금년도 마지막 서부지중해 크루즈를 다시 나왔다. 몇몇 기항지는 얼마전과 같고 몇몇 기항지는 다르다. 오늘은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우리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말하지만 이 곳 사람들은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 라고 말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한 곳이다. 이런 바르셀로나를 특징지우는 표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마 "가우디의 도시"라는 말이 모든 것을 가장 압축하여 나타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는 안토니오 가우디는 1852년 태어났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천재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 가운데 천재적인 재능을 꽃피우면서 특정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룬 인물은 극소수이다. 천재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때(시대적 배경)와 운(후원자)이 따라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가우디는 천부적 재능+시대적 배경+후원자 라는 3박자가 딱 맞은 천운이 따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가우디의 건축가로서의 천재적 재능은 대학시절 다니던 학교로부터 기존의 틀을 깨고 시공을 완전히 뛰어넘는 독창적 설계작품으로 미친 놈이거나 천재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로는 가우디가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사 자격증을 딴 1877년 즈음에 바르셀로나에 대규모 건축 붐이 시작되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1856년부터 기존 성벽을 허물며 시작된 바르셀로나 도시확장 계획이 그동안의 도로정비를 마치고 1870년대 후반부터 주택건설 붐으로 연결되어 건축가로서의 활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죽는 날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한 에우제비오 구엘이라는 최고의 후원자를 만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구엘은 유럽 최고의 부자였다고 한다.


에우제비오 구엘은 어린시절을 영국의 전원주택 단지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이를 경험으로 바르셀로나 외곽 산등성이에 60개 필지에 이르는 대규모 구엘 전원주택단지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1900년~1914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면서 이를 가우디에게 맡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분양사업은 대실패로 끝났다. 실질적으로 한채도 팔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1918년 구엘이 사망하고, 이어서 1926년 가우디 역시 사망한 뒤에 이곳은 구엘의 딸에게 상속되었다. 이후 바르셀로나 시에 기증되었고 시민공원으로 변화하였다.


결국 현재 우리가 구엘공원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 하게 구엘 프로젝트가 실패하였기에 가능해 진 것이다. 현재 구엘공원에는 가우디가 만든 3채의 집이 존재한다. 구엘의 집(람블라스 거리 인근에 위치)과 구엘 비서의 집 그리고 당시 모델하우스로 만든 가우디의 집이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은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지만, 최고의 작품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라는데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다. 1882년 시작된 성당 건축 프로젝트에 가우디가 참여한 것은 1년뒤인 1883년 부터이다. 이때부터 돌아가신 1926년까지 무려 43년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설에 매진하였다.



2025년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공정율은 70% 정도라고 한다. 당초 가우디의 사망 100주년에 해당하는 2026년을 완공 목표로 하였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재조정되어 현재는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2년 성모 마리아의 탑에 이어 2023년에는 4복음사가의 탑이 완공되었고, 오는 2026년에는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체 18개의 탑 가운데 현재 13개의 탑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는 세개의 출입문이 있다. 동쪽편에는 "탄생의 파사드"가 서쪽편에는 "수난의 파사드"가 있고, 남쪽편에는 "영광의 파사드"가 있다.
이 가운데 가우디가 개입한 "탄생의 파사드"와 조셉 수비락스가 만든 "수난의 파사드"는 완공되었고, 주 출입구에 해당하는 "영광의 파사드" 만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







성당 내부는 찬란한 빛의 향연으로 넘쳐나고 있다. 신이 만든 자연의 섭리를 성당에 구현하려는 가우디의 철학에 의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숲을 형상화한 성당내부에 자연채광을 최대한 받아들인 모습은 가히 경이롭다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할 수 없다. 혹자는 "신이 지상에 내려온다면 유일하게 신이 머물 공간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일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일을 한 가우디의 죽음은 다소 황망하다. 노숙자 차림의 허름한 옷을 입고 외출하였다가 1926년 어느 날 전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신원불명의 노숙자로 취급받아 상당시간 방치되었고 뒤늦게 극빈자들을 위한 자선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가우디임이 확인되어 병원 이송을 하려하였으나 가우디가 거부하였고 결국 3일만에 숨졌다고 한다.




현재 가우디의 시신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지하 경당에 모셔져 있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신이 만든 자연의 섭리를 구현한 천재의 작품을 보려는 인파가 오늘도 넘쳐나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 방문하였지만 매번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는다. 처음에는 성당의 규모와 높이 등 외관에서 오는 경이로움을 느꼈고, 그 다음에는 형형색색의 빛으로 가득찬 자연 그대로를 성당에 구현한 자연주의자 가우디의 철학을, 그리고 오늘은 성당 전체에 쓰여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 그리고 부활의 영광까지 신과의 소통을 추구하고자 한 가우디의 인간적 소망을 느낄 수 있었다.

최종 완공까지는 아직 7~8년이 남아 있다. 다음 방문에는 또 어떤 느낌을 받을 지 자못 궁금하다. 바르셀로나의 따스한 햇살을 뒤로 하고 항구로 발길을 옮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