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 조진성 기자 = 뉴욕에 불어닥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시장 당선의 돌풍은 단순한 정치 사건을 넘어선, 전 세계 정치가 주목해야 할 시대정신 변화를 상징한다.
34세의 젊은 무슬림 사회주의자가 미국 최대 도시 수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기성 정치권의 낡은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향한 열망
맘다니의 승리는 그의 인종, 나이, 종교 같은 정체성 요소를 넘어, 뉴욕 시민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생활의 고통'에 대한 명확하고 단호한 응답에서 비롯되었다. 뉴욕은 살인적인 주거 비용으로 악명이 높으며, 맘다니는 이 핵심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약 200만 명에게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이는 중산층과 서민 세입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실질적 이익'으로 다가섰다.
더불어 5세 미만 아동 무상 보육과 시내 버스 요금 무료화 공약은 서민 가계의 지출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정책이었다. 맘다니는 이 모든 복지 공약 재원을 법인세 및 부유층 증세로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통 사람' 이익을 '초부유층과 기업' 이익에 대립시키는 선명한 계층적 구도를 형성했다. 이러한 명확한 경제적 메시지와 더불어, 그는 일관된 민주적 사회주의노선을 유지하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그의 선거는 소액 후원을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 캠페인이었으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아우르는 연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한국 정치, 추상적 공정 대신 실질적 분배에 응답해야
맘다니 승리 방정식을 한국 정치에 대입해보면, 현재 한국 정치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지점들이 드러난다. 한국 정치에서 '공정'의 가치는 중요하지만, 청년 세대를 포함한 다수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극심한 경제 불평등과 가파른 자산 격차이다.
맘다니가 '부자 증세'를 통한 '임대료 동결'을 내세운 것처럼, 한국 정치도 추상적인 공정 담론을 넘어 주거, 교육, 의료 등 핵심 생활 영역에서 실질적인 재분배와 부담 경감을 위한 구체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불평등 완화'를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필수 전제로 인식하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또한 맘다니 지지층이 불안정한 일자리의 청년,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소상공인등 광범위한 '새로운 중산층 노동자'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정치 역시 정규직 중심의 낡은 노동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 새로운 계층의 경제적 고통에 응답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이들은 양대 거대 정당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핵심 계층이다.
진정성 있는 '아웃사이더'에게 문을 열어야
맘다니는 유력 정치인을 꺾은 아웃사이더였다. 이는 유권자들이 오랜 시간 변화하지 않는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정치 역시 오랜 기간 정치를 독점해온 구세대 리더십대신, 과감한 세대교체와 일관된 정치 철학을 가진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유권자들은 '당신이 누구 편인지'를 묻고 있으며, 맘다니의 승리는 '원칙을 지키는 진정성 있는 아웃사이더'가 거대 자본과 기득권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보통 사람의 고통이 새시대의 나침반이다
맘다니 당선은 '위로부터의 정치'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정치'의 승리이다. 뉴욕 유권자들은 누가 더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지를 따지기보다, 누가 자신들의 가장 절실한 문제(살 수 있는 도시)를 해결해 줄 것인지에 투표했다. 한국 정치가 다시금 유권자 신뢰를 얻고 시대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거대 담론과 정쟁을 잠시 내려놓고, 물가, 주거, 교육, 고용 불안등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고통'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 고통에 대한 진정한 응답이야말로, 한국 정치가 맘다니 돌풍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통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