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다이크 골드러쉬와 화이트 패스 철도가 들려주는 알래스카의 장대한 이야기

[뉴스인]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주노의 낭만을 뒤로하고 오늘은 스캐그웨이(Skagway)라는 곳에 도착했다. 바로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였던 골드 러쉬(Gold Rush)의 마지막 불꽃이 타올랐던 곳이다.

1800년대초까지 신생국이었던 미국의 영토는 동부지방의 13개주에 불과하였다. 그러다가 1803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부터 1,500만달러에 루이지애나를 구입하였다.

이어서 멕시코와의 전쟁(1846~1848년)을 통해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텍사스 등을 확보하였고, 1867년에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까지 단돈 720만 달러에 구입함으로서 단기간내에 광대한 영토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넓어진 영토를 채울 인구가 부족하였고, 특히 새로 확보한 서부지역은 인구 공백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 이주정책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동부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인디언의 위협이 상존하고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는 서부지역으로 이전을 할 유인은 없었다.

그런데 이를 뒤집는 커다란 반전이 생겼다. 바로 골드러쉬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 최초의 골드러쉬는 1848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밸리에서 시작되었다.

뒤이어 1858년 콜로라도의 파이크스 피크, 1863년 몬타나의 엘더길치, 1875년 사우스다코다의 데드우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1897년 알래스카의 클론다이크에서 골드러쉬 열풍이 차례로 불었다. 

골드러쉬 열풍은 사람들을 서부로 서부로(Go Go West) 몰리게 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떠났던 것이다. 이 당시 만들어진 단어 중 포티나이너스(49ers)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1849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쉬 시절에 미국 전역에서 서부에 있는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던 노다지꾼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미식축구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어너스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아래 오늘 방문한 스캐그웨이는 바로 미국의 마지막 골드러쉬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바로 알래스카의 골드러쉬 클론다이크로 가는 핵심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클론다이크 골드러쉬는 1896년 조지 칼멕과 원주민인 스쿠크 짐 그리고 찰리 도슨 3명이 보난자 크릭에서 처음 사금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소식은 다음해에 캘리포니아 전역에 퍼졌고, 클론다이크로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스캐그웨이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애틀항에서 이 곳 스캐그웨이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스캐그웨이에서 클론다이크까지 가려면 험준한 협곡과 산을 넘어야 했다. 산과 협곡을 넘을 수 있는 기존 통로로 칠쿠트 패스(Chilkoot pass)라는 길이 있었으나 너무나 험준하여 대체 길을 찾게 되었고 마침네 월리엄 무어(William Moore)에 의해 조금 덜 위험한 화이트 패스(White pass)가 개척되었다. 클론다이크 골드러쉬가 절정에 이루었을 때 2만명 가량의 노다지꾼들이 이 길을 지났다고 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게 마련이 듯, 이 절묘한 시점에 클론다이크의 가능성을 내다본 또 다른 인물인 마이클 J. 헨리(Michael J. Heney)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화이트 패스에 철도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강한 추진력으로 난공사를 뚫고 공사시작 26개월만에(1898.5~1900.7) 철도를 완공하기에 이른다. 이때 완공된 철도가 세계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평가받고 있는 그 유명한 화이트 패스 & 유콘 루트 (White Pass & Yukon Route)철도이다.

스캐그웨이에 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코스가 바로 이 열차를 타고 화이트 패스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현재 철로가 항구 입구까지 연결되어 있어, 크루즈 하선과 동시에 바로 열차를 탑승할 수 있다.

스캐그웨이 항을 출발한 열차는 18곳의 기념비적인 장소를 따라 해수면 높이에서 해발 879m의 화이트패스 정상까지 이동한다.

해발 1,848m 높이에서 빙하수가 녹은 물이 장관을 이루는 브라이드 베일 폭포, 화이트 패스와 칠쿠트 패스 전체와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스캐그웨이 항까지 전체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스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 골드러쉬 시절에 화이트 패스에 인간에 의해 강제로 동원되었다고 떼죽음 당한 말들의 무덤인 데드 호스 굴치(Dead Horse Gulch),  1901년 철도공사 초기에 건설되었다고 1967년 이후 페기된 스틸 브릿지(Steel Bridge).

그리고 마지막 화이트 패스 정상에는 아름다운 눈덮힌 호수와 더불어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선임을 나타내는 양국의 국기 계양대가 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대한 풍경들이 숨돌릴 틈 없이 지나간다.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의 하일라이트를 꼽으라면 단연 스캐그웨이의 화이트패스 &유콘 루트 기차 투어와 글레이셔베이 투어가 될 것이다.

알래스카 크루즈여행은 모든 계절의 풍경이 좋지만 알래스카 크루즈 시즌이 시작되는 4월말~5월 중순까지의 기간이 최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봄 기운이 기지개를 키는 가운데 아직 겨울의 미련을 남기고 있는 눈 덮힌 산의 절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했던 열차 투어의 종료를 알리는 기적소리와 안내방송이 나온다. 출발할 때는 항구에서 시작하지만 투어가 끝나는 곳은 스캐그웨이 시내 중심에 있는 역사다.

오늘도 배로 돌아가기 전에 스캐그웨이의 명소로 소문난 레드 어니온 살롱(Red Onion Saloon)에 들려본다. 어제 주노의 레드 독 살롱(Red Dog Saloon)과는 거의 비슷하다.

한가지 차이점은 레드 어니온 살롱은 1층은 술을 팔고, 2층은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는 유곽이라는 점이다. 현재는 1층은 여전히 선술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2층은 서부 개척시대의 유곽체험이라는 유료 박물관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오늘도 4척의 크루즈 선박이 동시 입항한 관계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북풍이 몰아치는 곳"이라는 이곳 원주민이었던 틀링깃 인디언들의 말처럼 배로 돌아가는 길에 칼바람이 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릴 수 밖에 없었으나, 오늘 눈에 담은 풍경은 가슴을 빵빵하게 하였다.
오늘도 운수좋은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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