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도시이자 에머랄드 시티, 시애틀에서 만난 역사와 커피 향기

시애틀 전경과 레이니어산.
시애틀 전경과 레이니어산.

[뉴스인] 정영훈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 올 가을의 첫번째 여행지는 알래스카 크루즈이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출발항으로는 두 곳이 있다. 미국의 시애틀과 캐나다의 밴쿠버이다. 그 중에서 이번 여행의 출발항은 시애틀이다. 한 여름 내내 한국의 폭염과 지중해의 뜨거움에 고생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태평양을 건너는 장거리 비행이 이번 만큼은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자주 거론되는 시애틀과 무공해 청정지역인 알래스카를 방문하기 때문인 지 모르겠다.

시애틀은 우리에게 1993년 개봉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이라는 낭만적인 로맨틱 영화의 영향으로 매우 친근한 이미지의 도시가 되었다. 에머랄드 시티 또는 에버그린 시티 라고 불리울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우리가 도착한 날도 더 없이 청명하고 맑은 날씨였다. 하지만 시애틀 현지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일년 365일 중 170일 이상이 비가 온다고 한다. 기상학자의 말에 의하면 안개비에서 우박까지 무려 11가지 종류의 비가 온다고 한다. 그래서 시애틀은 항상 흐리고 비가오는 날씨 때문에 오래 거주하게 되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행으로 잠시 들리는 것과 현지에 산다는 것의 현실적인 차이가 아닌가 싶다.

원래 시애틀은 수쿼미시족과 드와미시족 인디언들의 보금자리였다. 그런데 1854년 미국의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가 이 지역을 수용하기 위해 당시 대추장이었던 시애틀에게 땅을 팔 것을 제안(명목상의 헐값)했는데, 추장의 답장은 심금을 울리는 명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신들은 어떻게 하늘과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가 있습니까?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은 우리 것이 아닌데 무슨 수로 그 것을 살 작정입니까? 우리는 땅의 일부이고 땅은 우리의 일부입니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 자매이고, 사슴과 말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입니다. 이하 중략 "

대추장의 편지를 받은 피어스 대통령은 감동하여 그 곳의 이름을 시애틀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언을 쫓아내고 땅을 빼앗았다는 냉혹한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시애틀은 19세기말 알래스카의 골드러쉬 때 크게 성장하였고, 2025년 현재는 IT와 물류 그리고 항공우주산업분야의 미국 유수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코스트코, 스타벅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시애틀은 스타벅스의 도시로 가장 크게 어필되고 있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1971년 제리 볼드윈,  지브 시글,  고든 보커 등 3명의 동업자가 고급 커피 원두와 장비를 판매하는 소매업으로 출발하였다. 지금의 세계적  커피 프랜차이즈점으로 발전시킨 것은 1980년대  마케팅  담당임원으로 영입된 하워드 슐츠에 의해서이다.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핫 플레이스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점일 것이다. 현재의 스타벅스 로고는 초록색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1호점의 스타벅스 로고는 갈색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초창기 갈색 스타벅스 로고가 들어가 있는 머그잔과 텀블러는 유일하게 1호점에서만 판매한다. 그래서 스타벅스 1호점은 커피를 마시는 장소라기 보다는 기념품을 구매하는 장소로 성격이 바뀌었다. 한편 스타벅스 로고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인어 더 정확히는 노래소리로 뱃사람을 홀리는 요정 사이렌(siren)이다. 사이렌이 아름다운 노래소리로 선원들을 꾀어내 듯, 사람들을 홀려서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시애틀에서 스타벅스의 진정한 커피를 맛보는 장소는 따로 있다. 바로 시애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이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전세계에 단 6곳 밖에 없는 대형 커피 로스팅 매장으로, 직접 원두를 볶고 다양한 추출방식의 커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시애틀 매장이 원조이고 상하이, 뉴욕, 도쿄, 밀라노, 시카고 등에 있으며  도쿄 매장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스타벅스 1호점이 소박한 구멍가게라고 한다면 시애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거대한 공장같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방문에는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스타벅스 시애틀 본사 리저브 매장도 찾았다. 본사 매장에서만 판매한다고 하는 "Whiskey barrel - aged Coffe"를 주문하여 커피의 맛을 음미해 보았다. 은은한 위스키 향기와 깊은 커피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원조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맛이다. 구매의 충동을 억누룰 수 없었다.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구매한 비아텔리 모카 포트에 내려 먹으면 어떤 맛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이탈리아 커피포트와 미국커피가 궁합이 맞을 지 모르겠다.

스타벅스 본사 리저브의 커피향을 뒤로 하고 시애틀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 알래스카 크루즈에 이용할 프린세스 크루즈 로얄호(Princess  Cruise  Royal)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알래스카 여행에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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