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씻는 물”…정책의 따뜻한 의도, 건강까지 지켜야 완성된다

[뉴스인] 차부기 시민기자 = 내년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약 60만 명의 학생들에게 ‘컵과일 간식’이 다시 제공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 시작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단됐던 사업이 이재명 정부 들어 3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국내산 제철 과일을 주 1~2회 컵 형태로 제공해 성장기 아동들의 영양 균형을 지원하는 이번 정책은 학부모와 교육계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질문이 있다. “과연 아이들이 먹는 과일은 어떤 물로 씻기고 있는가?”
◇컵과일 사업, 왜 주목받는가
이번 사업은 ‘늘봄학교’로 전환된 초등 돌봄교실과 맞물려, 사실상 1~2학년 대부분이 혜택을 보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절반씩 분담해 재원을 마련하며, 인증된 전문업체가 과일을 세척·가공·포장 후 학교에 직접 공급한다.
과거 시범사업 때도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이번 재개는 단순한 복지정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균형 잡힌 식습관을 형성하고 국내 농산물 소비도 촉진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위험, 배관 속 진실
문제는 세척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이다. 많은 학교와 공공시설의 배관은 설치된 지 10년, 20년 이상 된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녹물, 스케일, 세균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일부 지자체는 상수도관 세척 사업을 벌였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세척 사업 이후에도 배관 내 검은 때가 그대로 남아 있던 사례가 확인됐다.
오히려 청소 후 배관 내벽이 물과 산소에 직접 노출되면서 부식 속도가 더 빨라지는 ‘역설적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는 마치 스케일링 후 불소 코팅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충치에 취약해지는 치아와 같다. 결국 단순한 세척만으로는 아이들이 먹는 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기술이 답할 수 있을까…스마트자동정밀여과장치(워터필터)
전문가들은 배관 위생 문제의 해법으로 스마트자동정밀여과장치(워터필터)를 제시한다. 이 장치들은 배관 내부의 스케일과 불순물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부식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인 ㈜아이에이치가 개발한 스마트자동정밀여과장치(워터필터)는 별도의 배관 교체 없이 설치가 가능하며, 수압만으로 이물질을 제거해 유지 관리가 간편하다. 여과망은 30~500㎛ 크기의 불순물까지 걸러내며, 은(Ag) 코팅 스크린으로 항균 기능까지 제공한다.
환경부도 이 같은 장치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오는 2026년까지 전국 46개 지자체, 153개 정수장에 스마트자동정밀여과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아이들 건강 위한 마지막 퍼즐
컵과일 정책의 의도는 분명하다. 모든 아이에게 차별 없이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일을 담는 용기가 아무리 위생적이고, 과일이 아무리 신선해도, 그것을 씻는 물이 불안하다면 정책의 선한 취지가 온전히 완성될 수 없다.
이제는 ‘과일 자체’에만 시선을 두지 말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특히 세척에 사용되는 물과 배관 위생 관리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컵과일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국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