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 김명곤 논설위원 = 육상선수 두 명이 100미터 경주를 위해 출발선에 섭니다. 한 명은 정해진 선에, 다른 한 명은 50미터 앞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이런 경주를 불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선거라는 경주에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출발선에만 집중해왔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라는 훌륭한 심판이 후보자의 재산과 전과를 공개하고, 모든 후보에게 동등한 지면의 공보물을 보장하며, TV 토론회라는 같은 무대를 제공합니다. 이 모든 노력은 공식 선거운동이라는 ‘마지막 100미터’ 구간을 공정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분명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가 이 마지막 100미터가 시작되기도 전에, 유권자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결정된다면 어떨까요?
진짜 경주는 각 정당이 후보를 뽑는 ‘경선’이라는 무대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무대는 현역 선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된 ‘그들만의 리그’에 가깝습니다. 이곳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은 힘을 잃습니다.
새로운 도전자가 지역구를 파악하기 위해 백지도를 펼쳐 들고 막막해할 때, 현역 후보는 수만 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담긴 ‘당원 명부’라는 비밀 지도를 손에 쥐고 가장 확실한 지지자들을 공략합니다. 도전자가 외롭게 거리를 헤맬 때, 현역 후보는 지역의 지방의원이라는 ‘정치적 군대’를 움직여 조직적으로 여론을 형성합니다.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닙니다. 새로운 인물과 비전을 검증하는 민주적 절차가 아니라, 기존 권력 구조를 재확인하는 의식에 가깝습니다. 유권자들이 본선 무대에서 만나는 후보들은,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이거나 이미 기득권을 가진 이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의 모든 노력은 이미 불공정하게 끝난 예선전의 결과를 단지 공정하게 중계하는 역할에 머무를 위험이 있습니다. 아무리 결승선에 최첨단 비디오 판독 장비를 설치한들, 예선전 자체가 특정 선수에게만 유리한 비밀 규칙으로 운영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켜야 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은 정당의 높은 담장 안까지 미쳐야 합니다. ‘공정한 출발선’이라는 원칙은 본선 무대뿐만 아니라, 후보가 탄생하는 최초의 공간인 정당 경선 과정에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합니다.
선관위는 각 정당의 경선 규칙이 특정인에게 구조적으로 유리하지 않은지 감독하고, 당원 명부와 같은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가 모든 예비후보에게 동등하게 보장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경선 심판’으로서 보이지 않는 출발선을 바로 긋는 일, 이것이 선관위에 주어진 새로운 시대적 과제입니다.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우리가 누구를 ‘선택하는지’ 만큼이나, 우리가 누구를 ‘선택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유권자에게 진정한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은, 그림자 속에 가려진 첫 번째 출발선을 밝은 빛 아래로 끌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