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회생 중이라도 주총 가능”…경영진 자금 유용 의혹 속 주주 감시 권한 회복

[뉴스인] 조진성 기자 =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동성제약 주주 측이 신청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했다.
법원은 7월 중순 내려진 결정문을 통해,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이사 및 감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회생을 이유로 주주총회 개최를 거부해온 동성제약 경영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절차적 허용을 넘어, 회생제도라는 구조 아래 침묵해왔던 주주의 감시 권한을 다시 회복시킨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이사회 및 감사 선임, 이사 수 확대를 통한 경영 투명성 강화, 회생절차에 대한 주주의 입장 정립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회생제도가 일부 경영진의 사익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상장회사의 공공성과 주주의 권리를 함께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동성제약의 현 경영진은 수백억 원대 자금 유용과 시세조종, 공시 누락 등 다양한 혐의에 휩싸여 있다.
우선 약 177억 원이 오마샤리프화장품, 루맥스, 디앤엘커머스 등 특수관계사에 선급금 형태로 유출됐고, 이 가운데 일부는 대표이사의 선물옵션 계좌로 증거금이 송금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고가 매수와 종가 관리 등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해 반대매매를 막으려 한 시세조종 정황도 제기됐다.
공시의무 위반도 논란이다. 약 240만 주에 달하는 대주주 지분을 양수하고도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채, 유상증자와 사채 발행을 통해 250억 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한 것은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한 부정거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공시에는 연구개발과 영업활동 자금으로 쓰인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특수관계사에 다시 선급금으로 지급되거나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증거금으로 쓰인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오마샤리프화장품은 대표이사의 모친이 최근까지 이사로 재직했던 회사로, 가족 경영 구조 속에서의 자금 유출 및 사적 이익 추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정황들 속에서 회생절차가 지속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은 대부분 무력화되고 제3자 투자자가 무자본 인수에 가까운 조건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삼부토건, 코다코, 서울리거 등에서 반복된 구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주주들은 단순한 책임 추궁이 아니라, 회사 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회생절차 폐지 및 회생계획 인가 저지, 현 경영진 해임과 제3자 관리인 선임, 이사회 재구성, 주주총회를 통한 투명한 경영체제 전환, 주주 권리 회복 로드맵 수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현 경영진이 대형 로펌과 계약을 맺고 8명 이상의 변호인단을 구성해 방어 전략에 착수했지만, 그 법률비용조차 회사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 회생을 위한 자금이 오히려 경영진 개인의 사법 방어에 쓰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서울북부지법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이자, 주주의 감시 권한을 다시 회복시키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침묵을 강요당했던 주주들이 다시 질문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기업 회생은 특정 인물의 면책 수단이 아니라, 기업 재건과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다. 그 첫 단추는 이제 주주총회를 통해 다시 꿰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