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 =제인 버킨의 낡은 가방은 100억 원에 팔리고, 버킨백은 하루 26만 원에 대여된다. 소유와 체험, 진짜와 ‘진짜처럼 보이기’ 사이에서 명품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얼마 전, 파리에서 열린 한 경매장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프랑스 여배우 제인 버킨이 실제로 사용했던 에르메스 버킨백이 무려 7백만 유로(약 100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낡고 닳고, 구멍까지 난 이 가방은 그냥 ‘가죽 가방’이 아니었다. 시대의 아이콘이 사용했던 실물, 그 자체로 '문화 자산'이 된 것이다. 초종 낙찰자는 일본의 개인 켈렉트에게 낙찰되었으며 수수료 포함 최종 가격은 약 860만 유로(1,010만 달러)였습니다.
그 가방은 빛 바랜 가죽과 마모된 손잡이, 유니세프 스티커 자국과 안쪽에 매달린 손톱깎이까지, 이 모든 흔적이 '진짜 삶'을 담고 있었다. 그것 이야말로 낭비되지 않은 명품의 흔적이었다. 사람들은 새것이 아닌 ‘버킨이 직접 썼던 낡은 가방’에 열광했고, 박수 쳤으며, 100억 원을 지불했다.

이 믿기 힘든 뉴스가 화제가 되던 바로 그 주, 영국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보도가 이어졌다. 버킨 백을 하루 150파운드(약 27만 원)에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By Rotation’이나 ‘My Wardrobe HQ’ 같은 플랫폼에서는, 이제 누구든 잠시나마 버킨 백을 들 수 있다.
진짜든, 혹은 진짜처럼 보이든. 이 두 사건은 정반대의 소비 방식을 보여주지만, 한 가지 공통 질문을 던진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진짜’보다 ‘느낌’
제인 버킨의 가방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 가치는 어쩌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명품을 ‘신성하게’ 다루는 대신, 그녀는 무심히 사용했고, 그렇게 ‘진짜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이 결국 상징이 되었다. 그 결과, 찢어진 가죽은 예술품이 되었고, 남은 이들은 박물관처럼 경매장을 바라봤다.
반대로, 대여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버킨 백은 ‘소유’가 아닌 ‘체험’의 대상이다.
수천만 원짜리 가방을 구매할 수 없지만, 이틀간 들고 거리를 걷는 기분은 살 수 있다. 대여자는 SNS에 올릴 몇 장의 사진을 위해, 혹은 중요한 하루를 위해 명품의 이미지를 빌리는 것이다.

물론 이는 '명품의 민주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갖지 못해도 흉내 내고 싶다’는 소비 욕망이 만든 또 다른 허상일 수 있다. 인증을 위해 가방의 지퍼, 스티치, 시리얼 넘버까지 검증해야 하는 상황은 ‘진짜’와 ‘진짜처럼 보이기’ 사이의 긴장을 더할 뿐이다.
가치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패션은 늘 변화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유행의 교체가 아니다. 명품은 이제 물건이 아니라, 감정이며, 사회적 신호가 되었다.
버킨백을 들었을 때 느끼는 자신감, 주변의 시선, 자기 이미지에 대한 환상, 이 모든 것이 명품 소비의 새로운 동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인 버킨은 이런 시대와 정반대에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모셔 두지’ 않았고, 그 자유로운 사용 방식이 오히려 명품의 본질을 되묻는 질문이 되었다.
낡았기에, 진짜였고. 진짜였기에, 값졌다.
이제 우리는 묻게 된다.
정말로 명품은 그 가격에 있는가?
아니면, 그 가방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태도에 있는가?
어쩌면 명품의 진짜 가치는 무엇을 들었는 가가 아니라, 어떻게 들었는가에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