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 =오늘 흥미로운 기사가 나서 여기에 올려본다 바로 ‘혼전계약서’다.

결혼을 앞두고 ‘혼전계약서’를 꺼내는 일이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다
왠지 “결혼도 하기 전에 벌써 이혼 걱정부터 하나”며 눈총 받을 것 같기도 하고,
“돈 때문에 사랑을 계산하나”는 말이 들려올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결혼이 더 늦어지고, 재혼도 많아지고, 각자 자산을 가지고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럴 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를 믿기 위해서, '나중에' 말고 '처음에' 얘기해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영국 일레인 포스터라 변호사 이야기다.
그녀는 2019년에 결혼을 앞두고 꽃이며 혼수준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다가,
조심스럽게 ‘혼전계약서(prenup)’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부자예요. 그런데 전 결혼을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랑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혼전계약서가 필요했죠.” 또 하나, 그녀는 양쪽 다 자녀가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혼했을 때 자식들이 부모가 모은 재산을 잃을까 봐 걱정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은 결혼 전 각자의 자산은 그대로 두기, 결혼 후 모은 건 반반 나누기, 상속받은 건 따로 관리하기 식으로 정리했다.

듣기엔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오히려 그 덕분에 결혼 생활을 더 편안하고 투명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혼전계약서는 한때 일 부 부유층만의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든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상태에서 결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고 명확히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특히 재혼을 앞둔 사람들이나 이미 부동산, 사업체, 상속재산을 보유한 경우엔 더욱 필요성이 강조된다.

그렇다면 이런 계약이 없을 경우, 이혼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혼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영국의 이혼 전문 변호사 쉬비 라즈풋은 13년 동안 정말 많은 사건들을 겪었는데,
요즘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아예 AI로 은행 명세서를 위조해 자산을 숨기려는 사례도 생긴다고 한다.

예를 들어, 9월 31일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날짜의 거래 내역을 넣어놓은 남편이 있었는데 이런 게 들통나면 감옥에 갈 수도 있고, 무엇보다 법원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산을 동생에게 몰래 넘기거나, 공동 계좌에서 돈을 빼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적인 싸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혼 소송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변호사 비용도 끝도 없이 늘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혼전계약을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만 쓰는 거’라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오해와 다툼을 줄이기 위해서 혼전계약이 필요하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대법원도 혼전서약서 내용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물론 계약서가 너무 불공평하거나, 자산을 숨기고 쓴 거라면 무효가 되지만, 서로 자발적으로 쓰고,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적인 법률 조언을 받는다면 법원도 이를 중요하게 본다. 그래서 혼전계약은 요즘 점점 더 ‘현명한 커플들의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재혼을 하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이 먼저 꺼내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일레인 포스터가 한 말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자동차를 산다고 해서 사고 내려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혹시 몰라 보험은 들죠. 혼전계약도 마찬가지예요. 결혼을 망치려는 게 아니라, 서로를 지키기 위한 보험이에요.”라고 말이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은 이 질문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웃으며 사랑하지만, 혹시 나중에 우리가 아프게 헤어진다면… 어떻게 서로를 덜 상처 입힐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대화가 오히려 지금의 사랑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혼전계약서라고하면 지금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혼전계약서가 유명하다. 이처럼 혼전계약서는 특정 유명인이나 할리우드 배우들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점점 더 일반화가 되어가는 것 같다.

결혼은 감정의 약속이지만 동시에 삶을 함께 설계하는 현실적인 동반자 관계다. 누군가는 혼전계약서를 사랑 없는 계약이라 말 할지도 모르지만 엘레인 포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할 때 이야기해야 한다. 이혼을 예상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방법이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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