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동시대성을 잇다”
3년 연속 서울유망예술축제 선정 '1번출구 연극제'
2025년 전체 라인업 공개.. AI부터 빙의까지

제8회 1번출구 연극제_서브 포스터
제8회 1번출구 연극제_서브 포스터

[뉴스인] 김영일 기자 = 오는 8월 말 개막을 앞둔 <제8회 1번출구 연극제>(집행위원장 손종학, 예술감독 박혜선)가 올해의 전체 참가작을 공개했다. 올해 연극제는 8월 24일(일)부터 10월 12일(일)까지 7주간, 공간아울과 대학로 일대를 중심으로 10편의 연극 릴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유일의 ‘대중성 지향 연극제’로 자리매김해온 <1번출구 연극제>는 3년 연속 서울유망예술축제에 선정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인정받아왔다. 특히 제8회를 맞는 2025년에는 ‘지금 이 시대의 관객과 가장 가까운 연극’을 지향하며,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두 축으로 삼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올해는 공식 초청작 1편, 공식 참가작 6편, 낭독공연 3편 등 총 10편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연극제의 포문을 여는 낭독공연으로는 극단 산초네까사 <죽여주시옵소서>, 낭만 수비대 <양파꽃>, 헤이포엣 <가본 적 없는 고향> 총 3개의 팀이 참가한다. 이번 연극제의 낭독 공연을 통해 각 팀의 새로운 첫 걸음이 힘차게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공식 초청작은 극단 후암의 <칸사이 주먹>, 공식 참가작은 동시대 연극의 감각을 주도하는 30~40대 창작세대가 주축이 되어, 지금 한국 연극의 중심을 이루는 이들의 시선과 화법이 고스란히 녹아들 예정이다.

<제8회 1번출구 연극제>는 총 10편의 연극을 선보인다. 이 중 공식 참가작은 총 6편으로, <스카프>, <메피스토>, <미치지 않고서야>, <하문:인간보호구역>, <엘리드 공주>, <그리프봇>이 선정되었으며, 모두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식 참가작 6편은 각각 전혀 다른 소재와 형식을 지녔지만, 그 안에는 두 가지의 공통된 흐름이 관통하고 있다.

첫째, ‘지금, 인간을 묻는다’는 질문이다. 이번 작품들은 모두 인간의 내면, 감정, 윤리, 기억, 그리고 관계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폭력과 방관의 문제(<메피스토>), 환경과 인간 중심주의의 윤리(<하문:인간보호구역>), 애도와 감정의 본질(<그리프봇>), 가족 간의 갈등과 회복(<미치지 않고서야>), 창작과 소통의 책임(<스카프>), 사회적 역할과 자아의 충돌(<엘리드 공주>) 등,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인간 존재의 조건을 날카롭게 되묻는다.

둘째,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현실과 환상, 일상과 SF,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장르적 실험은 30~40대 창작진의 감각적인 접근을 통해 더욱 돋보인다.

빙의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활용한 코미디(<스카프>), 철학적 질문을 품은 SF(<그리프봇>), 17세기 고전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로맨틱 드라마(<엘리드 공주>)까지, 서사와 형식의 실험은 이번 연극제의 동시대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다.

개막 주간 첫 무대는 극단 화담의 <스카프>로 시작된다. 유명을 달리한 작가의 유작을 둘러싼 작가, 영화감독, 대필가 세 인물이 얽히는 이야기로, ‘빙의 코미디’를 표방한 기묘한 삼각관계가 전개된다.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된다.

이어지는 극단 십삼월의 <하문:인간보호구역>은 환경 파괴와 인간 중심 사고의 위선을 풍자한 작품으로, ‘공존의 의미’에 대해 묻는 이 작품은 날카로운 시선과 실험적인 무대 언어로 주목받고 있다.

극단 드란의 <미치지 않고서야>는 가족과 식탁이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순간을 통해, 공감 가능한 인물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소극장 혜화당 초연 당시 85%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무대를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4번째 주자로 나서는 작품은 공식 초청작 <칸사이 주먹>(극단 후암)이다. <칸사이 주먹>은 윤봉길 의사의 항일 투쟁과 희생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광주 아시아 평화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극단 후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대학로 관객과의 재회 무대를 준비 중이다.

극단 도움닫기의 <메피스토>는 고등학교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벌어진 투신사건을 중심으로, 엇갈린 진술과 장면들을 통해 ‘악의 평범성’과 일상 속 폭력의 구조를 고찰하는 작품이다. 관객 각자가 윤리적 판단의 주체로서 고민하게 만드는 구성이 돋보인다.

프로젝트 너울의 <엘리드 공주>는 몰리에르의 희곡을 국내 최초로 번역한 ‘사소서가’ 출판사(번역가 안세하)와의 협업으로,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복잡한 왕족들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사회 풍자를 유쾌하게 풀어낸 이 연극은 로맨스와 코미디가 결합된 드라마극으로 완성했다.

폐막작 <그리프봇>(창작집단 꼴)은 SF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된 창작극이며, 2025년 성남예술인 예술창작활동 공모지원 선정작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고인이나 반려동물을 복원하고, 그들과 재회하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애도는 반복될 수 있는가’, ‘기억은 복

제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감정과 존재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제8회 1번출구 연극제>는 2025년 8월 말 연극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개막 행사를 시작으로, 10월 12일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10편의 연극 릴레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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