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 김진권 논설위원 = 정치리스크로 인한 경기침체로 기업 현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기본적으로 중대재해 처벌의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노동안전청 설립,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 보호, 위험의 외주화 금지, 불법 하도급 처벌 강화, 작업중지권 보장 등 산업안전 관련 규제의 대대적인 강화를 예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기조 속에서 기업 책임을 강화해 재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법 시행 3년이 지나면서 처벌입법의 한계와 건설업의 불황 속에서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있어 건설업계에 미친 영향이 가장 크다. 건설정책연구원 자료(2025.6)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37건 중 유죄 판결은 무려 33건(89.2%)에 달하며, 이 중 29건(78.4%)은 중소기업이 대상이었다.
또한 전체 유죄 사례 중 건설업 비중은 53.6%(15건)를 차지했다. 건설업의 구조적 특성상 일용직과 외주 인력에 의존하는 공정이 많고, 다단계 하도급 관행으로 인해 도급인(원청)이 모든 현장 안전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법원판결에서 도급인에 형사책임을 일괄 귀속시키는 현 체계는 불합리하다.
전주지법의 최근 법원 판례(2025.4)는 이 같은 법 적용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화건설 현장의 추락사 사고에 대해 법원은 "도급인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법원이 제도의 경직성과 현실 불일치를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무리한 형사처벌 강화는 산업 현장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전국 건설업 신규 착공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했고, 도급인 및 관계수급인들은 '안전 리스크'를 이유로 수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위험 회피'를 위한 과잉보고, 형식적 서류 구비와 안전교육은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안전문화는 정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필자의 논문을 통해 형사처벌 일변도의 접근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인증 의무화 ▲위험성 평가 이행에 대한 사전 인증제 도입 ▲위반 시 형사처벌보다는 벌금과 과태료 등 행정형법적 제재 수단의 강화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대안은 법 적용의 형평성과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합리적 방향이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현장은 '위험관리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에 따라 단계적 점검과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안전사고의 가능성을 줄이고,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영국 등 안전보건 선진국과 같이 경미한 사고에 대한 단계적 과태료와 행정처분을 통해 경고적 효과를 주되, 형사처벌은 중대하고 반복적인 경영책임자의 과실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이중 트랙 제도가 바람직하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강화 측면보다는 산업현장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건설업의 안전 문제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사안이지만, 과도한 형벌은 오히려 법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산업안전은 처벌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전문화로 구축되어야 하며, 이는 합리적인 입법과 제도의 균형 속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