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헌의 스코틀랜드이야기

[뉴스인] 김효헌 ="불안은 늘 자산을 움직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자, 국제 금융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영국 파운드는 미국 달러 대비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은 다시 사상 최고가를 향해 질주했다. 반면, 달러는 6개월 사이 9% 하락하며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파운드, 신뢰를 얻다

영국 파운드는 달러 대비 0.73% 상승해 $1.355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연초 대비로는 8% 이상의 상승폭이다. 유로화 대비로는 €1.18로 0.08% 상승했으나, 올 들어 전체적으로는 1.76% 하락 중이다.

이러한 파운드 강세는 단순히 미국 달러의 약세 때문만은 아니다. 브렉시트 이후 혼란을 수습한 영국의 상대적 정치·경제적 안정, 그리고 영란은행(BoE)의 금리 정책 등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킨 것이다.

금, 다시 '궁극의 안전자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은 반사이익을 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 가격은 1.75% 상승해 온스당 $3,349.65를 기록하며, 지난 4월 22일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가 $3,500.05에 근접했다. 금 상승의 배경에는 단순한 인플레이션 회피 수요뿐 아니라 달러에 대한 신뢰 붕괴가 깔려 있다. 투자자들은 지금 ‘국가’보다 ‘금속’에 신뢰를 걸고 있다.

달러, 신뢰를 잃다

이번 급변의 시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마디였다. 그는 Truth Social에서 “중국이 완전히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미국이 무역 합의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제네바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15%포인트 인하하며 90일간의 ‘휴전’을 선언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사실상 그 휴전은 깨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이에 즉각 반응했다. 달러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0.66% 하락했으며, 6개월 누적 하락폭은 9%에 근접했다.

 원유·주식시장 반응은 ‘혼조’

브렌트유는 OPEC의 7월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3.27% 상승해 $64.81을 기록했다. 이는 예상보다 적은 증산량에 따른 안도감이 반영된 결과다.

영국 주식시장은 비교적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다. FTSE 100과 FTSE 250은 각각 0.06% 상승,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bp 상승한 4.69%를 기록했다.

보호무역의 귀환 그리고 불확실성의 확대

트럼프는 최근 점진적으로 완화됐던 보호무역 기조를 다시 강화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무역 이슈만으로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에 정치·법률적 변수까지 겹쳐 시장 전망이 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현재 방향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반응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파운드와 금의 상승, 그리고 달러의 하락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경고다. 그것은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의 이동을 말해준다. 세계가 트럼프의 말보다 금의 광택에 더 많은 무게를 두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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