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햇살 아래 피어난 예술의 골목… 샤갈부터 피카소까지, 영감이 머문 고요한 시간

[뉴스인]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정영훈  = 전형적인 지중해성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던 어느 날,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 지방의 작은 마을 생폴드방스(Saint-Paul de Vence)를 찾았다.

따뜻한 해변과 알프스의 고산지대가 공존하는 이 지역은, 이웃한 프로방스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풍광과 기후를 자랑한다. 이러한 독특한 자연환경은 과거 수많은 예술가들을 이끌었고, 그로 인해 이곳은 ‘화가들의 고장’이라 불리게 되었다.

프로방스에 ‘고흐의 마을 아를’이 있다면, 코트다쥐르에는 ‘샤갈의 마을 생폴드방스’가 있다. 이 마을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을 비롯해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르누아르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머물던 장소다. 특히 그들은 무명 시절, 숙박료 대신 그림을 기증해 마을 곳곳의 갤러리에 진품이 다수 남아 있다. 지금도 생폴드방스의 작은 골목 갤러리에서는 피카소, 샤갈, 모딜리아니, 미로, 드가 등의 작품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으며, 일부는 구매도 가능하다.

예술적 가치 외에도 생폴드방스는 중세 성곽 도시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돌로 정갈하게 깔린 골목길, 담쟁이가 감싼 고색창연한 집들, 그리고 그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카페와 갤러리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조화를 이룬다. 마을을 걷다 보면 걸음걸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정취가 깊고 소박하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등성이에 위치한 전망대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생폴드방스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풍광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전망대 바로 앞, 소박한 공동묘지가 있는데, 샤갈의 무덤이 바로 그곳에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무덤 위에 작은 돌을 하나씩 올려놓고 갔으며, 기자 또한 조심스레 작은 돌 하나를 올려두며, 샤갈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폴드방스는 그 자체로도 하나의 미술관이자, 예술가들의 삶과 감성이 살아 숨 쉬는 마을이다.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곧 그들의 시선과 영감을 함께 나누는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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