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SBI홀딩스에 ‘평생 배당 계약’ 체결 논란

[뉴스인] 조진성 기자 = 교보생명이 일본 금융그룹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단독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했지만, 그 대가로 향후 발생하는 수익의 70%를 기약 없이 SBI홀딩스에 넘기는 초유의 계약을 체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명목상 인수는 성공했지만, 실질적 수익 배분에서는 사실상 ‘공동운영’보다 더한 ‘지속적 수익 이전’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절반 인수'에 ‘70% 수익 제공’…기형적 수익 구조 계약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9000억 원에 인수하면서도, SBI홀딩스에 향후 수익의 70%를 제공하는 ‘경제적 지분 유지’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교보는 대형 저축은행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입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절반의 지분도 없이 30% 수익만 취하게 되는 기형적 구조에 놓이게 됐다.
2024년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이 808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보생명은 단순 계산 시 약 240억 원 정도의 실질 수익만 챙길 수 있다. 나머지 560억 원은 SBI홀딩스로 돌아가는 구조다.
◇"인수가 낮추기 위한 대가"…기한 없는 약정 ‘논란의 불씨’
교보생명은 이번 구조가 인수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초 SBI홀딩스가 제시한 인수가 3조 원에 달했던 상황에서, 수익 일부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9000억 원까지 낮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계약에 '기한'이 없다는 점이다. 계약 조건상 수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향후 교보생명이 수익구조를 재조정하려 해도 SBI홀딩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수익에 대한 영구지배권을 넘긴 셈”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지주 전환 ‘조급함’의 대가?
교보생명의 무리한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 같은 불리한 계약을 낳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선 자회사 기준인 50% 이상의 지분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나치게 희생적인 구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계약은 단순한 투자자본 회수 차원을 넘어, 교보생명의 이사회 구성과 경영권에서도 SBI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보장하고 있다. SBI홀딩스는 의결권 지분을 넘기면서도, 양측 이사회 인원은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조건을 붙여, 교보가 SBI저축은행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민족자본’의 경영 철학, 흔들릴 우려
교보생명은 창립 이래 교육보국과 민족자본을 내세우며 ‘국내 중심’ 금융철학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인해 일본계 자본에 장기적으로 수익을 제공하게 되면서, 내부적으로도 자존심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교보가 SBI저축은행 경영 노하우를 습득한 이후 수익 배분 재조정을 시도하더라도, SBI가 순순히 수익 비율을 수정해줄지에 대한 보장은 없다. 그 결과 교보생명이 자신이 인수한 기업의 수익 대부분을 일본 측에 넘기는 ‘역전된 지배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계약 조항 더 있을 수도"
일각에선 교보생명과 SBI 간 계약서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조항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전문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은 이면 합의가 있다면, 향후 주주들 사이에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교보생명의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는 단순한 M&A 이상의 정치적·재무적 판단이 얽힌 복합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자칫하면 ‘수익 없는 최대주주’라는 아이러니를 안겨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보생명이 이 불균형 계약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