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으로 승부수? 수익 ‘제로’에 금융 규제까지 덮쳤다”

[뉴스인] 조진성 기자 = 한때 안정된 수익을 자랑하던 교보자산신탁이 지난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본격화되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고, 반전 카드로 꺼낸 정비사업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한 채 고전 중이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까지 맞물리며, 교보자산신탁은 체질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책임준공형 ‘올인’의 참혹한 대가… “수익은커녕 손해만”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에 뛰어든 교보자산신탁은, PF 위기라는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2024년 한 해 동안 3120억 원의 영업손실과 240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국내 14개 주요 신탁사 중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수익보다 손실이 더 큰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회사는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해 본부 개편까지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이미 진행 중인 27건의 책임준공형 사업 중 12건이 PF 미이행 상태다. 이들에 대한 대출한도는 5316억 원에 달하며, 실제 집행액만 3605억 원이라는 점은 추가 손실 가능성까지 예고한다.

특히 신탁계정대 손실이 치명적이다. 작년 이자 수익이 249억 원이었지만, 무려 3475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면서 재무 구조는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차입금 의존도는 30.8%까지 급등했고, 부실자산 비중은 72.8%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정비사업 전환? 실적은 '0', 규제는 '이중 족쇄'

부실 신탁사업 정리를 선언한 교보자산신탁은 도시정비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경기 군포시 금정2구역 재개발 등 수주 성과는 있지만, 수익성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준공 실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핵심 수익인 신탁 보수는 대부분 준공 후 분양성과에 좌우되는데, 현재까지 교보자산신탁은 약 20곳의 현장을 관리 중이지만 한 곳도 준공되지 않았다. 지난해 신탁 보수 491억 원 중, 분양대금에서 나온 수익은 15억80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단순 관리 수수료였다.

여기에 악재가 하나 더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업 건전성 규제가 정비사업 확장을 가로막는다. 해당 규정은 신탁사의 자기자본 대비 위험액 비율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2027년엔 100%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는 리스크가 낮은 정비사업도 규제 범위에 포함되는 결과로 이어져 대규모 수주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충분한 자기자본? 문제는 ‘규제와 현실의 괴리’

교보자산신탁의 자기자본은 5248억 원으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지만, 이는 교보생명의 유상증자 1000억 원과 신종자본증권 인수 1780억 원 덕분이다. 실제 수익 창출이 어려운 상태에서 외부 자금에 의존한 유동성 확보는 장기적인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다.

신탁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신탁 정비사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건전성 우선 원칙을 고수해 사실상 이중 규제가 되는 셈”이라며 “수익성 확보보다 리스크 회피가 우선인 상황에선 소형, 저위험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교보자산신탁, 신탁업계의 경고등

책임준공형에서 발을 빼자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정비사업으로 전환하자니 수익은 제로에 가까우며 규제는 더 세졌다. 교보자산신탁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경영 악화가 아니다. 이는 신탁업계 전반이 PF 불황과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생존 방식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신탁의 본질은 책임이다. 그 책임을 등진 순간,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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