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넘나들며 그려 보이는 인간의 욕망!
4월 9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 공연

연극 '줄' 포스터  대학로 ‘공간 아울’
연극 '줄' 포스터  대학로 ‘공간 아울’

[뉴스인] 김영일 기자 = 어떤 줄을 잡아야 성공을 할까? 살면서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서 도전과 좌절을 반복한 사람이라면 더 그러할 터. 성공이라는 사다리에 오르기 위해 편법을 쓰고, 그럴수록 세상은 권모술수가 횡행한다. 연극 <줄>(최해주 작/김도형 연출)은 이런 세상을 블랙 코미디로 보여준다.

극단 시절인연 프로젝트(대표 김도형)가 2022년 낭독극으로 선보이며 독특한 내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연극 <줄>이 마침내 무대에 오른다. 국내 창작 초연으로 4월 9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한다.

연극 <줄>은 비바람이 퍼붓던 어느 날 밤 태릉의 문정왕후 시신이 사라지면서 시작한다. 태릉을 관리하는 ‘조선왕릉중부지구관리소’는 이 사건으로 발칵 뒤집히고, 사건을 해결하면서도 각자의 밥줄을 지킬 수 있는 묘수를 찾아보지만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고 시간만 흐른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서로 살기 위해 줄을 만들고 잡는다. 재미있는 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이 사건 속에서 과거의 문정왕후와 ‘을사사화(乙巳士禍)’를 소환한다는 것이다.

​1545년 명종 즉위년에 왕실의 외척인 대윤과 소윤의 반목으로 일어난 을사사화는 12세에 불과한 명종의 모후 문정왕후가 수렴정치를 하면서 소윤파인 윤원형이 정권을 잡으며 하루아침에 대윤파를 몰락시킨 사건이다.

태릉에서 사라진 문정왕후와 윤원형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조선왕릉중부지구관리소에 나타나 살아남기 위해 밥줄을 잡으려는 현대인들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풀어내는 이 연극은 그래서 ‘팩션’이다. 팩션은 ‘사실’을 뜻하는 ‘fact’와 허구를 뜻하는 ‘fiction’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 상상력을 더한 극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극 <줄>은 상상이 허구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김도형 연출은 “이 연극은 서로 좋은 줄을 잡으려는 사람들, 밥줄을 둘러싼 욕망, 그 누구도 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 군상을 드러내면서 역사는 생사를 건 ‘밥줄의 역사’이며, 그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임을 주지시킨다. <줄>은 단순한 팩션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현실의 삶의 교차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는 의미 있는 연극”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은 결국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의와 명분, 이념과 철학, 정의와 도덕이란 가치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이러한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은 현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역사 속 수많은 사건들이 이를 증명한다. 이렇듯 연극 <줄>은 유사 이래 반복된 생사를 건 밥줄의 역사, 그 역사는 현재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간의 욕망을 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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