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시스】노창현특파원 기자 = “핑보체마을의 초등학교 건립은 히말라야에 진 빚을 갚는 일입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49 상명대 석좌교수) 대장의 감동적인 강연이 뉴욕의 한인타운에서 열렸다.

14일(현지시간) 플러싱 코리아빌리지 다이아몬드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급 16좌 등정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의 뉴욕강연회가 뉴욕한미산악회 주최로 열렸다.

뉴욕한미산악회 김주천 회장과 이경식 부회장, 미국산악클럽 하워드 시볼드 부회장 등 한미 산악동호인들과 일반 동포들이 자리한 가운데 엄 대장은 사반세기에 걸친 히말라야 도전스토리를 영상과 함께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그에게 히말라야는 영광과 고통이 함께 하는 곳이다. 1985년 첫 도전이래 지난해까지 50번도 넘는 등정을 하면서 8000미터급만 21회 오르는 기쁨을 안았지만 10명의 동료가 희생되는 아픔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나푸르나는 4번의 실패 끝에 성공하기까지 3명의 동료와 그 자신 다리까지 부러지는 등 죽음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시련의 봉우리였다. 엄 대장은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나서 펑펑 울었다. 감격의 눈물이 아니라 고통과 서러움의 눈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88년 에베레스트를 처음 올랐을 때 동료 셀파를 잃은 이래 그는 20년이 넘도록 가슴 깊이 묻어둔 염원이 있었다. 셀파의 어머니와 아내, 아들이 있는 그곳을 위한 보답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뜻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엄홍길 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을 설립한 그는 셀파의 고향인 핑보체 마을에 초등학교를 건립하고 히말라야 사람들을 위해 의료시설을 지원, 23년만의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희생된 동료들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에 갈 때는 저와 함께 산을 오르다 숨진 동료들의 사진을 갖고 갑니다. 저 혼자 산에 오르는게 아니라 동료들도 같이 오르는 겁니다."

강연회에서 여러 차례 박수를 아끼지 않은 뉴욕 동포들은 “자연도 대단하지만 그 자연을 오르는 사람들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홍길 대장의 스토리는 정말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천 뉴욕한미산악회 회장은 “극한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성취한 엄홍길 대장이야말로 우리 한인사회와 2세, 3세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이곳에서 살아가게만 해주면 언젠가 은혜를 갚겠다”고 기도했다는 엄홍길 대장. 은혜를 산에 갚는 두 번 째 인생을 활짝 열고 있다. 엄 대장은 15일과 16일 뉴욕에서 2세 청소년들을 위한 산악캠프를 열고 17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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