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드 필즈(27)는 2005년 바그다드 외곽 정찰활동 중 거리에 매설된 지뢰를 밟았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은 필즈는 잔인한 현실에 직면했다. 왼쪽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달면 군인으로 남을 수 있었고 재활수술을 하고 명예제대를 할 수도 있었다.
그는 의사에게 "다리를 절단하세요. 나는 다시 이라크로 돌아갈 겁니다"하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B섹션 9면 톱기사로 "전쟁에서 '브론즈 메달'을 받은 제로드 필즈가 4년이 지난 지금 다른 메달을 준비하고 있다. 특수의족을 단 그는 2012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의 유력한 메달 후보"라고 소개했다.
필즈는 역시 의족을 달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타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에 도전할 기대주로 평가된다. 필즈는 "사고 후 걷는 연습을 할 때부터 나는 달릴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한다.
현역군인인 필즈는 육군의 '월드클래스 선수프로그램(WCAP)'소속이다. WCAP는 올림픽이나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시카고 출신인 그는 어머니가 다섯 살 때 페암으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11살 때 총을 맞고 살해됐다.
"아버지는 집 밖에서 총을 여섯발이나 맞았어요. 그것은 의도된 살인이었지만 누가 그랬는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요."
그는 테네시주립대를 2학년까지 다니다 군 복무를 지원, 2005년 1월 이라크로 파병됐다. 한달 후 바그다드 도로에 죽은 개 한 마리가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동물 시체는 폭발물이 설치된 부비트랩을 숨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요주의 대상이다. 그의 분대가 수색을 했지만 개의 시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함정이었다. 근처에 작은 폭탄이 있었던 것이다. 발 아래서 폭탄이 터진 직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사는 근육과 발목 부위를 잇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그는 절단후 의족을 달기로 했다.
"이런 부상을 당하고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의족을 달고 부대 복귀를 택했다. 목발을 집고 병상에서 나온 직후부터 그는 활기차게 생활했다. 특수의족을 단 뒤로는 잃어버린 발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민첩하게 달리는 것은 물론, 제 자리에서 공중제비도 할 수 있었다. 동료로부터 패럴림픽을 들은 그는 '월드클래스 선수프로그램(WCAP)'에 지원했다. 2007년 8월 이라크 재파병을 이틀 앞두고 WCAP에 배속됐다.
그곳에서 만난 코치는 놀랍게도 알 조이너였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패럴림픽은 물론, 캘리포니아 출라비스타의 올림픽 트레이닝센터에서 대표팀을 지도하는 유명 코치였다.
조이너 코치는 "필즈를 처음 봤을 때는 걸음마하는 아기와 마찬가지였다. 트랙을 달려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의족을 한 채 점프를 하고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서 깜짝 놀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불과 1넌만에 필즈는 100m를 12.0초에 주파했다. 사람의 다리를 본 떠 인체공학적으로 만든 '치타'라는 이름의 긴 탄소강 소재의 의족을 단 후로는 더욱 폭발력이 늘었다.
출라비스타에서 함께 훈련하는 말론 셜리는 패럴림픽 육상 100m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낸 베테랑이다. 그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 100m를 12초플랫에 뛰는 것을 보고 기가 죽더라"고 털어놓으며 "필즈는 정신력이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누구보다 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미국대표팀의 간판인 브라이언 프레셔가 은퇴했고 말론 셜리는 무릎과 아킬레스건을 다친 상태다. 따라서 필즈와 다른 베테랑 제롬 싱글턴이 남아공의 최강 피스토리우스를 격파할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두발이 의족이지만 400m 기록이 일반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스피드를 자랑한다. 조이너 코치는 필즈가 셜리의 기록을 넘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셜리도 "필즈가 경험만 좀더 쌓는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친다.
바그다드의 상이용사가 좌절을 딛고 2012년 런던으로 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