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속 배당 확대… 자금 조달 전략?

[뉴스인] 조진성 기자 = 교보생명이 2년 만에 현금 배당을 결정하면서,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470억 원을 배당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 회장이 진행 중인 주주 간 분쟁과 관련해 간접적인 자금 지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생명보험협회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1,204억 원 규모의 연간 배당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주당 1,200원의 배당금이 지급되며, 배당성향은 17.2%로 책정됐다.
신 회장은 기존에 33.78%의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어펄마캐피탈로부터 5.33%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며 지분율을 39%까지 늘렸다. 이와 함께 어피니티 컨소시엄 내 어피니티, GIC가 보유한 각각 9.05%와 4.50%의 지분을 신한투자증권 및 SBI그룹 등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배당을 확대함으로써 신 회장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신 회장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대출로 충당할 경우 상당한 이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어펄마캐피탈 지분 인수를 위해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각각 1,000억 원씩 총 2,000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 배당 재개는 2023년 실시되지 않았던 배당을 다시 진행하는 것이며, 규모 또한 3년 내 최대 수준이다. 참고로 2022년에는 배당금 총액이 512억 원, 주당 배당금은 500원, 배당성향은 13%에 불과했다. 이번 배당으로 인해 교보생명 지분 10.46%를 보유한 IMM과 EQT도 126억 원을 지급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신 회장 측과 풋옵션 가격 산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배당 확대가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보생명 측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교보생명이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신 회장이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잔여 지분(10.46%)을 인수하려면 최소 4,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위한 자금 확보 방안으로 배당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천억 원의 자금을 개인이 직접 조달하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경영권 안정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로 새로운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과 자사주 매입을 들었다. 당시 회사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210만 주의 보통주를 831억 원에 매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