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생존자(Survivor)', 하루하루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뉴스인] 김영일 기자 = 극단 헤이숨(대표 : 이선미)이 오는 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대학로 단막극장에서 <집의 생존자들>을 무대에 올린다. 극단 헤이숨의 창단공연으로 황영선, 허가연, 최예나, 문정현, 김동원이 출연한다.
엄마의 ‘자살’, 이라는 사건. 그 사건의 생존자 경주는 삶의 많은 것을 잃었다.안정적인 직장, 사랑한 연인, 안온해야할 집. 하지만 정작 그녀를 고립시킨 건 ‘심리부검’으로도 홀로만 가닿을 수 없었던 엄마의 사인(死因)."경주야, 없니?"어느 날, 생면부지의 이부언니 영주가 찾아온다.
경주는 어쩌면 또 하나의 생존자일지 모르는 영주와 생존의 대가로 잃어야 했던 것들과 불가피하게 남겨진 것들을 공유하는데...
가족의 극단적 선택, 그리고 남은 이들의 이야기
윤소정 작가의 2023년 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작인 <집의 생존자들>은 가족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극심한 슬픔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감을 극복하는 인물들의 변화와 성장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생존자’라는 표현은 실제로 자살 유가족들이 자신들을 가르키는 자조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주인공 경주는 엄마 혜금의 극단적 선택 이후 심리부검을 실시한다.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진술과 고인이 남긴 기록을 확인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인을 살피고 원인을 찾아내는 조사 방법이다.
그러나 심리부검 이후에도 혼란스러웠던 경주는 연이 끊겼었던 이모 정금까지 찾아간다. 정금마저 경주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홀로 고립되어 있던 경주의 집에 어느 날 생면부지의 이부자매 영주가 찾아오면서 생존의 대가로 잃어야 했던 것들과 불가피하게 남겨진 것들을 공유한다.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는 이들을 위한 담담한 위로
2023년 기준 한국에서만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의 자살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최소 5명에서 10명이다. 즉, 하루에 많게는 380여명의 ‘생존자’가 발생한다.
자살 유족은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심리적 위험과 더불어 신체적 질병에 노출된다. 또한 자살에 대한 주변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이중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연극 <집의 생존자들>은 이제껏 연극작품에서 핵심 주제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자살 유가족의 모습을 다루면서,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는 이들을 위한 담담한 위로를 전한다.
극단 헤이숨의 대표이자 연출인 이선미는 “자살 생존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고립된다. 사람들은 그들을 언제나 자살할지도 모를 존재로 바라보고 그 시선 속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죄책감, 지키지 못한 분노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 살아낸다”며 이 작품을 통해 떠나간 이들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에게 시선을 두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윤소정 작가는 “단순히 남겨진 사람들이 아니라, 생존이 볼모로 붙잡힌, 그럼에도 살아가는 자신이 징그러워지는 나날들을 수도 없이 견뎌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극 <집의 생존자들>의 예매는 플레이티켓(www.playticket.co.kr)에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