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 가치 외교 보다는 트럼프식 실리외교에 맞춰야...

차윤호 논설위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대통령직속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차윤호 논설위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대통령직속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뉴스인] 차윤호 교수 = 지난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제 외교 지형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주류 언론들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 당선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 승리의 주요 요인은 서민층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물가와 마가(MAGA)로 대표되는 미국 국가 우선주의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곧 시작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외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 외교도 되돌아볼 시간이다.

선거 기간 중에 트럼프 당선자는 개인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하며 기회가 되면 만나서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에 대한 협상을 재개하려고 하더라도 북한이 재협상에 응할지가 더 큰 관건이다. 김정은이 과거와 같은 조건으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근거는 러시아라는 큰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 에너지, 현금과 같은 경제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제재에서 숨 쉴 공간을 확보했다. 김정은에게는 트럼프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 국제관계를 큰 그림으로 그려보면 트럼프는 북한 문제 해결과 중국 봉쇄를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여러 차례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24시간 이내에 러·우전쟁을 끝낼 것이고 이 전쟁은 미국의 국익에도 맞지 않으며 미국의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러·우전쟁은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에 대통령에 취임하면 상반기에는 종전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도 매우 크다. 러·우전쟁이 종전되면 한반도 안보 위험도 줄어든다. 이제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전략적으로 판단해 조절해 나갈 필요가있다. 종전 문제는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다. 국제관계 및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국익만 존재할 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G2인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서도 러·우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힘을 빼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략을 바꿔 중국의 부상을 막고 중국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필요할 수 있다. 트럼프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투키디데스 함정’과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 이론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압박과 봉쇄를 위해
결국 러시아와 관계 재설정이 필요할 듯...”

“트럼프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 이론...”

러·우전쟁이 종전되더라도 러시아와 유럽의 협력관계 회복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러시아의 시선은 동쪽으로 옮겨오고 있다. 이제 러시아의 경제 협력 무대는 동북아 지역과 극동이다. 러시아는 극동에서 중국과의 전면적인 협력에는 대국 간에 지정학적인 한계가 있고 일본과의 협력은 영토분쟁이나 역사적인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러시아가 극동에서 경제 협력을 위해서는 경제·안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최적의 경제 협력 파트너는 대한민국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한계가 별로 없고 서로 보완적 관계의 국가다. 다시 말해 양국이 경제성장과 국가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러·우전쟁이 종전되면 우리는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서방 기업의 빈자리를 우리 기업들이 메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미·러 협력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가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러시아와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한·러 관계 회복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보면서 신중하게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할 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미국의 글로벌 외교기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미 관계의 경제·안보 협력과 외교 노선 좌표설정이 중요하다. 강대국의 큰 그림에 한국이 패싱 되지 않도록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신중해야 하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자유·민주·이념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 외교’보다는 트럼프 당선자가 추구하는 ‘실리외교’에 맞춰줘야 할 때다. 강력한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트럼프 2기의 요청을 긍정적인 자세로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게 될 방위비 분담금 등 재협상에서 가시적으로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고 반대급부로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받아내는 혜안과 상상력이 풍부한 한국형 실용 외교가 필요할 때다.

차윤호/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러시아연방변호사
대통령직속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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