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혐오’의 시대,
‘당신의 고통’은 무엇입니까?
2024. 11. 8(금) ~ 2024. 11. 1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비명자들3막_포스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비명자들3막_포스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뉴스인] 김영일 기자 = 극단 고래는 창단 후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외되고 배제된 자들에게 행해지는 사회 구조적 폭력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야기해 왔다.

그중 삼부작으로 기획된 '비명자들'은 고통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통찰력을 다룬 작품으로, 그간 고래의 작품들이 어떤 사건이나 이슈에 맞닿아 있었더라면 이 삼부작은 동시대 인간들의 고통에 관한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연극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 
연극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 

전 세계는 비명자들의 출현으로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 현재 비명자들을 관리하는 비명산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수용소를 DMZ로 옮기려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병력과 소대원들이 사망하게 되고, 비명자들을 학살하자는 극단적인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선재와 파사현정연구소 사람들이 반대하며 갈등이 심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더 큰 혼란으로 치닫는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인간성과 윤리가 시험대에 오르는 가운데, 과연 이들은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연극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 
연극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 

극단 고래는 2022년~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고래, 혐오의 물결을 거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공연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강연과 작품 제작 및 리서치와 스터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1차년도에는 한국 사회의 분단 이데올로기 대립이 수많은 혐오의 뿌리라고 보고 <분단 이데올로기, 그 뿌리 깊은 상처를 보듬어>라는 소제목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2차년도에는 <계급/젠더적 대립과 차별을 넘어>라는 주제로 세대, 성별, 인종, 계급 등을 둘러싼 갈등과 혐오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는 동시대 사회적 현실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공연을 진행하였다.

올해에는 <전 지구적 혐오와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혐오의 발생을 알아보고 그 확산을 멀리하기 위한 <치유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시민들이 예술을 직접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고래, 시민낭독공연>,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과 공동주최한 <제 2회 극단 고래 사회적 예술 단막극 공모/낭독 페스티벌>, 전국 학살 현장을 답사하며 학살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었던 <전국 학살지 답사>를 진행하였다. 총 3년차 사업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DMZ에 집단 수용된 비명자들의 운명을 다룬 이해성의 신작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가 발표된다.

삼부작 중 가장 먼저 발표된 <비명자들2>(2017,2018)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시키며 고통에 관한 한 편의 서정시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비명자들은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좀비인 동시에 고통 속에 빠져있는 생명체로서 이들에 대한 제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모색하는 이야기였다.

이후 발표된 <비명자들1>(2019)에서는 비명자를 유일하게 죽일 수 있는 요한이라는 인물의 전사와 비명자를 다루는 임무를 맡은 파사현정연구소의 설립배경을 속도감 있게 다루었다.

마침내 장장 8년에 걸친 삼부작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게 되는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는 파사헌정연구소 대원에서 비명자가 되어버린 보현의 서사를 중심으로 비명자를 죽이고자 하는 거대 권력과 비명자를 살리고자 하는 작은 인간(들)이 맞서는 투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비명자의 고통이 더 이상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죽어야만 할까. 안전과 평화를 이유로 전 세계 수많은 비명자들을 공식적으로 '학살'하기로 결정한 그 책임에 과연 쉽게 동의할 수 있는가. 고통을 감각하는 것 외에 인간의 모든 활동을 포기해 버린 그 비명자들의 비극은 대체 무엇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에서는 이같은 일련의 질문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번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에서는 '불교적 세계관'과 '혐오와 학살'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작동한다. 비명자들을 향한 강력한 혐오의 작동 속에서 연극은 역설적으로 수행과 명상을 통해 비명자의 고통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린다. 변하지 않는 것이란 없는 당연한 세계의 진리 속에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집착으로 쉽게 고통에 휩싸이고 마는 인간의 모습이 곳곳에서 그려진다.

작가 이해성은 불교적 세계관 안에서 비명자의 고통과 인간의 집착을 존재론적으로 깊이 있게 성찰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작금의 시대에 만연한 여러 형태의 혐오에 밑바탕 한다.

비명자의 고통은 민족, 종교, 자본, 성별, 세대, 지역, 이데올로기 등에 따라 손쉽게 발생하는 혐오, 그리고 그 혐오가 일으킨 학살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 뿐 아니라 야만과 폭력이 난무하는 현 국제 사회의 작동방식을 공시적, 통시적으로 아우름으로써 그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비명자들 3막-나무가 있다>는 2022~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고래, 혐오의 물결을 거슬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3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11월 8일부터 11월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김동완, 김대진, 박윤정, 홍상용, 사혜진, 장원경, 문종철 등이 참여한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