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남진 기자 = 30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안뜰에서는 네 사람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조촐한 맥주파티가 열렸다.

이 파티 참여자는 흑인 문제의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대 헨리 루이스 게이츠 교수와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경찰의 제임스 크롤리 경사,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다.

이번 회동이 마련된 것은 게이츠 교수가 자택에서 불법 침입자로 오인돼 체포되는 사건 이후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진 때문이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츠 교수와 그를 체포한 백인 경찰 크롤리 경사를 백악관에 불러 맥주를 마시면서 화해를 시도한 것.

와이셔츠 차림에 팔을 걷어붙인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정장 차림의 경관과 교수 등 네 사람은 백악관의 안뜰에 설치된 흰 테이블아 앉아 맥주를 술잔에 나눠 마시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게이츠 교수와 크롤리 경관이 마주보며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오바마 대통령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지켜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게이츠 교수가 체포된 이후 경관의 행동을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내 인종차별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오바마는 "경찰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한발 물러서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보스턴의 한 경찰이 게이츠 교수를 비판하는 이메일을 보내 징계되는가 하면 뉴욕시 정부의 한 보좌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찰 비난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사임하는 등 혼란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았다.

미국 내 흑백 갈등은 이미 뿌리 깊은 문제인 만큼 이번 백악관 맥주 회동에서도 근본적으로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 앞서 이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차별 논란이 이번 사건으로 너무 커졌다"며 "서로의 의견을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갖겠다"며 화해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한편 크롤리 경관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긴장된 분위기는 없었으며, 인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면서도 "이번 대화에서, 사과의 말은 누구로부터도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인종 문제가 또다시 미국 내 큰 반향을 던지고 있는 만큼 이번 맥주회동이 화해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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