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 민경찬 기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혈액 스캔들' 조사 결과에 대해 사과하고 이날을 영국 치욕의 날이라고 일컬으며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이번 정부와 1970년대 이후의 모든 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라고 전했다.
1970~1990년대 초 당시 영국이 헌혈로 혈액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증가하는 혈액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수입된 혈액 중 일부는 교도소 수감자나 마약 중독자 등 고위험 헌혈자의 혈액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을 유발했다.
브라이언 랭스태프 영국 오염혈액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약 2천500쪽에 달하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역대 정부, 국민 의료 서비스 체계, 혈액 서비스 기관'의 실패를 비난했다.
보고서는 당시 치료에 사용된 수입 혈액 제품은 안전하지 않았으므로 영국에서 사용 허가를 해서는 안 됐으며 많은 환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혈액 스캔들로 인해 3만 명이 HIV 또는 C형 간염에 걸렸으며 약 3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 수치는 매주 증가하고 있다.
이 밖에 보고서는 1993년 영국 보건부 직원이 의도적으로 관련 문건을 파기했으며, 이는 사실 은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언론은 이번 혈액 스캔들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역사상 최악의 의료 재난이라고 비판했다.
민경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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