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근무를 중단하기 시작한 20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20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근무를 중단하기 시작한 20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20

[뉴스인] 석동혁 기자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이틀째 이른바 대형병원인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병원 등을 중심으로 지연되는 수술 건수가 늘고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의료 현장의 차질이 커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의 정도와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우는 교수와 전임의 규모, 진료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이날 예정된 수술의 30% 이상, 최대 40~50%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병원은 진료과별로 환자의 응급·중증도 등을 고려해 입원·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적인 만큼 응급·위급한 수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E-GEN)에 접속한 결과 이날 오후 1시 기준 '빅5' 병원 일반 응급실 종합상황판에는 모두 빨간불(사용 가능한 병상 수 50% 미만)이 켜져 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일반 응급실 병상 26개를 모두 돌렸지만 5개가 모자랐다. 세브란스병원(신촌)은 20개 병상 중 사용 가능한 병상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은 11개 중 1개만 사용 가능한 상태다. 서울성모병원은 27개 병상 중 9개, 삼성서울병원은 59개 중 24개만 사용 가능한 상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종합상황판이 실시간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용 병상 수가 적으면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면서 "인력이 없으면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병상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수술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빅5' 중 한 곳의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로 특히 소아응급실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근무 강도가 더 세졌다"면서 "전공의 부족으로 이미 전문의들이 초과 근무를 하며 버텨왔는데, 이번에 인턴이 빠져 근무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의료 현장의 최전선인 응급실이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신규 입원도 줄이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엔 이미 '응급 병상이 포화돼 심정지·급성 심근경색 등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 진료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공지됐다. 각 병원은 응급실 병상이 꽉 차면 경증·비응급 환자는 전공의 사직에 따른 공백이 덜한 종합병원 등으로 전원하게 된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의료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환자나 중증외상 환자 등이 몰려 전공의를 대신해 투입된 교수와 전임의들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어 추가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정부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오후 10시 기준  전공의 중 71.2%(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근무지 이탈자는 63.1%인 7813명이다. 같은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8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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