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월의 감자 수확 홀리데이

[뉴스인] 김효헌 =필자는 에든버러 칼리지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번 8월 말에 새 학기가 시작되어 처음 2 주는 수업이 있었고 9월 둘째 주  부 터 3주 내내 교사들의 파업이 있어서 수업이 없었다.

파업은 교사들의 처우 개선과 임금에 대한 불만으로 초중고 및 대학까지 스코틀랜드 전역의 교사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9월 마지막 주 학교 측과 교수, 강사들의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10월 첫 주 수업이 재개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공부에 열중하려고 하는데 10월 둘째 주 다시 휴일이다. 이름 하여 감자 수확 공휴일.

한국에 없는 영국의 특별한 공휴일이 있는데 4월의 부활절과 10월의 감자 수확 공휴일이 있다.

오늘 필자는 감자 수확 휴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감자는 영국의 주식에 가깝다 보니 원산지가 영국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 주변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중반 스페인 정복자 콜럼버스의 남미 탐험이후 유럽으로 유입되었으며 감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이후 주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구 증가도 가져왔다.

감자는 척박한 지형에서도 잘 자라는 식품이다 보니 스코틀랜드에서 많이 재배되었으며 농부들의 주 농산물이었다.

10월의 공휴일은 스코틀랜드에서 유래되었다. 이름하여 타티 피킹 홀리데이(Tatties Picking Holiday). 타티는 스코틀랜드 말로 감자를 뜻한다.

때는 1930년대, 감자 수확 철인 10월이 되면 스코틀랜드의 농부들은 정해진 기간에 감자를 수확해야 했다. 스코틀랜드의 10월은 오후4-5시가 되면 어둑어둑해진다. 지금이야 섬머 타임이 있어서 1시가 뒤로 미루어져 있지만 그때는 아마 더 일찍 어두워졌을 것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감자를 수확해야 했던 농부들은 일손이 부족하였고, 감자 줍기는 어린아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어서 학교 대신 들판으로 데리고 나갔으며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일이 당연시되었다.

이 같은 일이 매해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났으며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예외를 허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단 결석하는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감자 줍는 기간 동안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들의 결석을 용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1939년 일리스 지방의 초 중 고등학교는 감자 수확 시기인 10월이면 학교가 휴교하였고, 덤펌린 지역은 1940년 10월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1947년에 법은 학교의 휴일 설정에 대한 국가 표준을 설정했다. 1955년에 지방 당국이 법에 허용된 대로 지역마다 감자 수확에 따른 휴일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찬성하게 되었다.

이후 하루에 대략 2,000톤의 감자를 수확할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됨에 따라 학생들의 일손 돕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의 감자 줍는 휴일은 스코틀랜드에 여전히 남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자를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만큼 조리법도 여러 방법으로 굽고, 찌고, 삶고, 튀기고, 오븐에서 오랜 시간 굽는 로스팅 등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도 다양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매일 식탁에 오르는 중요한 식품이다.

감자는 전세계에 약 4,000가지 종류의 감자가 있으며, 영국에만 500가지가 넘는 감자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상 요리에 주로 사용하는 감자에만 익숙해져 있다. 영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감자의 종류는 베이비 감자, 샬롯 감자, 데지레감자, 저지 로얄 감자, 킹 에드워드 감자, 마리스 파이퍼 감자가 있다.

필자는 감자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것에 새삼 놀라고 슈퍼마켓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감자의 요리법이 이렇게 다양한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필자의 기억에 한국에서는 감자가 찌개나 조림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이제 감자 휴일이 지나고 이달 마지막 주에는 섬머 타임도 없어진다. 다시 어둡고 우중충한 스코틀랜드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에는 없는 영국의 4월의 부활절 홀리데이와 10월의 감자 줍기 홀리데이는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과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단비 같은 시간인 것 같다.

한국에도 10월에 잠시 쉬어 가는 휴일로 감자 홀리데이와 같은 것이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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