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                 

[뉴스인] 조진성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 구도를 심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이번 주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러시아연방변호사).

러시아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전문가인 차윤호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게 최근 북러 정상회담과 러·우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본사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형식으로 두루두루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차윤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긴급 사안으로, 이번 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양국은 무기 거래 논의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 핵심기술 협력까지 논의가 된 걸로 알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의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마디로 북한의 니즈(Needs)와 러시아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졌다.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는 탄약과 재래식 무기 비축량이 고갈되고 있다. 러시아는 향후 장기전 대비를 위해서 재래식 탄약과 미사일 등 살상용 무기 확충이 필수적이다. 또한 러·우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을 우군으로 만들어 전쟁의 지속성 확보와 전쟁 수행 능력에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러시아는 양국 간 다방면 협력으로 동북아와 한반도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응하여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재래식 무기가 확보되어있는 북한은 자국의 군사력 현대화와 군사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서방세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위험한 거래를 통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북한이 원하는 군사 핵심기술이란 군사력 강화와 핵 무력 완성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우주 로켓기술이나 잠수함 핵심 기술력 확보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러시아제 신형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양국 간에 전략적으로 경제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어려운 내부 경제 상황을 볼 때 식량 지원이나 비료 지원도 의제에 들어있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명확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신냉전 구도는 북한에게 군사 현대화와 핵전력 강화 및 완성에 도움이 될 것이고, 우리에게는 내부 갈등과 국력 소모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 장소가 모스크바나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러시아 내륙 시골 도시 아무르주가 선택되었는데 장소의 상징성과 정상회담의 결과를 평가한다면?

"북러 정상회담은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개최됐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2012년부터 건설 중인 우주기지다. 크기는 나로우주센터보다 100배 이상 큰 규모로 이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서쪽으로 약 1500㎞이상 떨어진 깊은 내륙에 위치한다. 2016년부터 러시아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최근 8월에는 달 탐사선 루나-25호 위성을 여기서 발사하기도 했다. 북러 정상이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은 큰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우주 위성 발사에 대한 고급기술 전수가 필요했고, 러시아는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러·우 전쟁에 탄약이나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확충이 절실한 상태다.

이번 양국 간 정상회담의 결과물 중 핵심으로 북한은 북한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공위성 개발 등 우주 분야 협력을 시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물론 핵잠수함 및 잠수함탄도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미사일을 포함한 재래식 무기 확보와 장기화되고 있는 러·우 전쟁을 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뿐만 아니라 북러 군사협력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군사협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군사 신기술을 지원받고, 러시아는 북한과의 다방면 협력으로 한반도에 영향력 확대와 탄약,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확충으로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러·우 전쟁을 대비하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본다. 이러한 북러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 최근에 중국의 팽창과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명확히 되고 있다.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신냉전 구도는 수년 전부터 우리가 우려를 해왔던 바다. 신냉전 구도의 출현은 한반도에 남북한 분단의 고착화가 가속화될 것이고 우리는 심각한 국력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 개발 고도화에 시간과 명분만 주게 될 것이다. 

‘90년대 초 미·소 냉전 시대가 종식되고, 미국은 세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일극 체제로 이끌어 왔고 중국과 러시아는 다극 체제로 재편되길 바라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과 러시아는 최소한 자기들 앞마당은 미국의 간섭 없이 자기들이 관리하길 원하고 있다. 좋은 사례가 바로 중국의 대만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문제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유와 인권을 명분으로 미국 일방으로 세계질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전쟁하지 않는 시기가 별로 없었다. 미국은 전쟁으로 강대국이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은 왜 전쟁이 필요한지 말씀해 달라?

"미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전쟁을 많이 해본 나라다. 전쟁을 통해 나라를 세웠고,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했고, 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이 됐고, 전쟁을 통해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나라다.

전쟁사 통계를 인용하면, 미국의 247년 역사에서 전쟁하지 않은 시기보다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수행한 시기가 더 많은 나라다. 미국은 전쟁으로 만들어졌고 전쟁으로 부흥한 국가이다. 피해자와 수혜자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전쟁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은 항상 수혜자와 피해자가 상존한다. 현재 러·우 전쟁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답은 명약관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원래부터 대중에게는 전쟁을 선호하는 경향이 내재되어 있고 전쟁이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유토피아'라고 했다."

-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명확히 되고 있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현안은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이념을 떠나 한미동맹의 근본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토를 다는 경우는 없었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의 10위권에 올려놓았다. 한마디로 미국 덕분에 한국이 존재했고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이 있었다는데 동의 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우리에게 미국은 가장 중요한 안보 파트너고 우방이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북중러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 21세기는 한 국가의 안보를 동맹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시대다. 우리는 스스로 군사력과 힘을 키우고 탄력적인 외교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의 우방이자 동맹이고 당연히 안보에 있어서 동맹인 미국과 궤를 같이하면서 동시에 경제협력 파트너인 러시아와 중국과는 뒷문을 열어두고 현 상황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략적 대화를 통해 항상 다음(The next)을 준비해 놓아야 한다.

지구 반대편 러·우 열전이 동북아 극동에 신냉전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신냉전 구도는 한반도에 긴장 고조와 동북아에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한중 관계 개선도 시급하며, 러시아와도 전략적 소통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으로나 전략적으로도 분단국가인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와 대놓고 척질 필요는 없다."

- 마지막으로 러·우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고,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소련 붕괴 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많은 동질성과 이질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국제법상 잘못된 범죄행위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전쟁이 왜 일어났는가를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언론과 미디어에서 주장하는 ‘러시아는 악이고 미국은 선이고 정의의 국가다’ 이런 식의 논리와 주장은 한편으로는 지나간 역사를 반추해볼 때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러·우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남북한에 군수품을 공급받기 위해 손을 내밀고있는 현실이 오늘날의 진짜 현실이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전쟁을 막아야 하는 서방세계는 눈을 감았다. 전쟁의 발단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시도다. 1990년 2월 미국은 독일 통일에 대한 소련의 협력을 요구하면서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나토의 동진은 계속되어왔다. 유럽의 전쟁 역사와 러시아 입장을 보면 러시아 바로 앞마당인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러시아의 자존심과 그들의 핵심 이익과 직결되어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나토가입 시도가 원인이 된 전쟁의 시작에 서방세계는 좀 더 신중했어야 했었다.

서방 언론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군대의 반격으로 러시아는 전쟁에서 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빼앗겼던 땅의 많은 부분을 회복하고 있다고 1년 전부터 고장 난 전축처럼 떠들고 있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지금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결코 우크라이나에 패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핵탄두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핵 없는 국가를 상대로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는 공식은 없다. 언론은 전쟁을 보도할 때 미국이 설정한 이분법적 사고와 이념에 사로잡힌 일방 보도가 아닌 팩트에 근거한 균형 보도가 필요하다. 전쟁은 이미 장기전에 돌입했다. 전쟁의 종결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아닌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고 본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