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1
  후박새가 너댓 번 울고 간 뒤로 어인 일인지 후박잎 하나 떨어지더이다. 딴엔 그저 그 놈 홰치던 조각이려니 했건마는 이제 와 가슴 한 구석 휑한 까닭은, 아마도 그 저녁 떨어진 후박잎 하나, 채 잡아내지 못한 사연인가 싶더이다.

 

2
  더러는 오리라하여 먼 발치를 보다가도 차마 마주치진 못하리라 고개를 돌린 적이, 이젠 후박잎 채 한 가지 없는 그 시절(時節)만큼이더이다. 그래도 애꿎은 마음, 고개는 벌써 후박나무 가지 위서 서성이고, 참으로 고약한 심사(心事)란 차마 잊히지 못하는 그 저녁, 그 저녁 후박새 날으던 기억뿐이더이다.

 

3
  그리 밖에 할 수 없음은 아마도 눈물마저 얼어 흐르지 않던 시절에 태어난 까닭인가 싶으이다. 한철을 홀로 살아 이젠 전부가 되어 버린 후박새, 행여 흐린 바람 상하지나 않을까, 하여 우기며 보낸 까닭인가 싶으이다. 때론 그 소리 왜 아니 그리우리오마는 그래도 후박나무 고집처럼 남아 위안이 되니. 언제곤 다시 오리 그 다짐 뿐, 믿을 무엇도 없든 까닭인가 싶으이다.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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