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율곡농협 강호동 조합장.
합천율곡농협 강호동 조합장.

[뉴스인] 합천율곡농협 강호동 조합장 = 요즘 우리 주변의 논과 들에 심어진 녹색의 곡식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특히 도시민에게는 이러한 자연풍경이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코르나로 지친 심신에 많은 위안을 주고 있다.

들녁에 심어진 벼, 고추, 고구마 및 옥수수 등이 이렇게 자라기까지 농업인들이 흘린 노력과 땀방울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아련한 생각이 든다. 논 농사는 기계화율 진척도가 98.6% 정도로 상당히 높으나 밭작물은 아직도 손수 사람이 일일이 품을 들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농경문화에서 살아왔기에 어려서부터 많이 듣고 자란 말로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농업가치는 멀리 조선시대로 올라가 세종대왕은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을 남겼다.  실학의 대가인 정약용 선생은 “농업은 먹거리의 근본으로 백성의 이익”이라는 말에서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 주장하였다.

한편 매헌 윤봉길 의사는 농민독본을 통해 “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니라고 하였고 농업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라는 글을 남겼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농경사회와 더불어 희노애락을 함께 해 왔다. 그러나 1970년 이후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농업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도시지역으로 취업을 위해 인구의 이동이 시작되었고 예산배분과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서 농업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칠레 FTA협정 체결 이후 이어진 농산물 수입개방은 우리 농업과 농촌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세계화·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농업은 비교우위라는 무역거래의 원칙상 피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국제무역 거래에 코르나 상황이 생기면서 물류의 이동 장벽이  자국중심의 식량확보 정책으로 희귀하기 시작하였다. 식량의 무기화에 따라 식량확보가 안보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처럼 농업부문이 강조되고 중요한 이유는 농업은 식량산업이고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의 생존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쌀 이외에 사료를 포함한 기타 곡물자급율이 23%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상 곡물의 교역량은 생산량에 비해 15% 내지 20%에 불과해 언제든지 무역거래에서 상대국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발전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할 수 는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하였다. 따라서 한 나라의 농업은 산업적 측면을 넘어 공익적 가치로 바라보아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사회적 논쟁으로 꾸준한 담론으로 제기되고 있다. 농업부문의 공익적 가치는 1994년 UR협상에서 쌀 수입문제가 부각되면서 비교역적 가치에 대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다.

농업의 가치는 그동안 농촌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농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협의적 수단으로만 강조되었다. 다시 말해 농업의 가치를 식량자급의 달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식량안보의 달성이 1차적 목표였다.

그러나 농업은 생산활동을 통해 부가적으로 창출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인 공공재를 생산한다. 그간 중요시되었던 식량자급과 식량안보 이외에 환경 및 경관보전, 생태환경보호, 수자원함양과 홍수방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인프라이며 자원이 되기도 한다.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244조(산림자원 포함)에 이른다고 발표되었다.

미국도 1930년부터 지속적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보조와 지원을 하고 있고 EU국가들은 농업소득의 절반이 정부 보조금이다. 스위스의 경우 농업의 공익적 기능 유지 강화를 연방헌법 제104조에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헌법조항에 별도의 농업조항을 두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의 가치는 공익적 측면에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과 보상이 없이는 계속 유지가 쉽지 않음은 물론이다. 농업과 농촌이 위축된다면 공익적 기능도 축소 될 수 있어 전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농업가치는 국토의 지속적인 유지와 관련되어 국가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농업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민의 행복한 삶과 연결된다.

농업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어 농업문제에 관한 정책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농업문제는 그야말로 우리 후대에 이르기까지 오롯이 보존되어야 하고 지켜야 할 국민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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