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언제든가요 김 선생이 그러더군요, 당신 머리에 무슨 뿔이 하나 돋았다구요. 허 참 아닌 밤중에 별 홍두깨 같은 소릴 다 한다고 그냥 못 들은 체 지나쳤었습니다 그때는.
 그제쯤 일인가 봅니다, 길에서 우연히 박 선생을 만났습니다. 모자를 깊이 눌어 쓴 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걷더군요.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그러는 게 아니겠어요,당신 머리에 뭔지 모르지만 뿔 같은 게 하나 돋았다구요 참 모를 일이라구요. 거 참 싱거운 소리 말라고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잘 가라며 돌아섰지요 기분은 조금 상했지만.
 오늘이었습니다. 밤이 늦어 이 선생이 집으로 찾아 왔더군요, 망설이다 왔다나요? 아무래도 얘기를 해줘야만 될 것 같아서라구요. 아침 출근 길에 당신을 만났는데 당신 머리에 웬 뿔이 하나 돋았더랍니다, 웬일이냐구.

 그가 돌아가고도 한참을 나는 불도 켜지 않은 방에 앉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당신 머리에 무슨 뿔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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