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투전은 조선후기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노름이다. 두꺼운 종이로 폭은 손가락 너비 만 하고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다.

60장 혹은 80장을 한 벌로 하는데 인물, 새, 동물 등을 그려 끗수를 표시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재상·명사들과 승지, 옥당 관원들까지 투전을 즐긴다"고 한탄했다. 연암 박지원도 '열하일기'에서 투전을 즐겼다고 고백하고 있다.

삼천리에 투전이 유행했지만 조선은 어떤 놀이를 막론하고 재물을 걸고 도박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은 도박금지국가였다.

만일 적발되면 장(杖) 80대를 쳤다. 하지만 호된 처벌에도 투전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고관대작부터 천민까지 누구나 이를 즐겼다.

규제와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사행행위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 것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사행행위를 허용하되 일정부분 통제를 하고, 중독자 예방과 치유에 힘쓰고 있다.

한국마사회에서 유캔 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경마는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인 사행산업이다. 이제는 대중화되어 누구나 소액으로 즐기는 건전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즐기다보면 극소수의 습관성 도박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소수의 습관성 도박자들 때문에 사업 전체를 규제하기보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기관을 운영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임시방편이지만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의지를 기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기 때문이다.

1998년에 설립된 유캔센터는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과 자문의 등의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습관성 도박 치료 및 예방 활동을 펼쳐왔다.

유캔센터는 단순한 상담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심리치료와 병원치료를 통해 습관성 도박을 확실히 끊을 수 있는 책임 치유를 표방하고 있다.

또 습관성 도박자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주민등록 회복, 건강보험 회복, 취업지원 등 재활지원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분당과 용산의 장외발매소 건물에서 치유활동을 펴오던 유캔센터는 지난 8일 서초구 방배동의 아라빌딩으로 통합·이전했다.

중독치유센터가 마권발매 현장에 인접해 있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경마사업과는 별개로 유캔센터의 독립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번의 통합이전작업은 유캔센터의 독립성과 치료효과를 강화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전한 유캔센터는 사당역에서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총 170평 2개 층 규모다.

내담자의 상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편안한 한옥느낌으로 설계되었고, 명상치료실과 심리검사실, 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유캔센터는 오는 16일 국회, 정부관계자 등 외빈을 초청해 개소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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