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갠 날이면 멀리 남끝섬이 보인다고 했다.
거룻배가 삐걱삐걱 들어서는 날이면
수선스레 뭍 풍물이 섞여 들고
어쩌다 하늘이라도 갈앉을라치면
물 먹은 자갈밭은
창자 빠지는 소리로 하늘을 불러댔다.
그때가 5월이라
동백이 진다고들 했다.
그때가 5월이라
유채도 샛노랗게 흐드러지고
그때가 5월이라
왼 섬이 가랑비 속에 흐르기도 했다.
그렇게 보길도엔 5월이 묵어갔다.

불쑥 소리없이 찾아 든 사람닮은 6월이
보길도의 5월에 그만 가슴을 비우고는
후지근한 열풍만을 안은 채
섬을 돌아 뭍으로 돌아 가 앉은 후.

보길도엔 아직도 5월의 순한 사람들이
까치발로 서서 남끝섬을 보고 있으리라.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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