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식탁 위로 하늘이 내려와 앉았다
네게 편지를 쓰는 나도
어느 새 그 식탁 속으로 들어가 앉았지
나무는 거꾸로 처박힌 채 버둥대고
비둘기들은 엎어져서도 기막히게 잘 날아간다

우리의 죄를 하늘은 알까?

흔들리는 저 가지보다 더 높으려하고
외로 나는 저 새보다 더 솟으려는 죄.
사람이 사람으로 평안하지 못하고
늘 어지럽게 머리채를 휘둘리며 사는 죄.

식탁 속으로 아랍인이 한 명 지나간다
맨발로도 당당하게 걸어가는 이집션
그 밑으로 여전히
한 마리 새 유유히 나르고.

아, 어느 새 네게로 갔구나
쓰다만 편지 속에 남아있는 발자국
이집션,
그의 맨 발자국.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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