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아닌 너와
더구나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만나
우리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리

언 땅을 헤집으며
가지말라 통곡하던 사람도
단숨을 삼켜가며
부질없다 외면하던 시절도.

때가 되면
슬픔도 제 자리를 찾고
때가 되면
사랑도 그 빛을 내나니

맴맴 결국은 돌고도는 삶인 것을

언덕을 넘어 내를 건너
이제 와 마주 선 우리

아무 것도 아닌 너와
더구나 아무 것도 아닌 나
우리
이제 만나
서로
위안이 되리.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