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에 사지로 내몰린 장애인 근로자

[뉴스인] 이동신 기자 = 기업 의무고용으로 채용된 장애인이 회사건물에서 추락하였으나 회사 측이 모르고 있다가 유족의 신고로 경찰이 뒤늦게 수색하여 시신을 회사건물 뒤편에서 발견한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중인 망인의 형. 
 회사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중인 망인의 형. 

망인이 된 강모 품질관리과장은 2022.11.21.일 평택시 진위면 소재 엘엠에스로 출근하여 12시경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5층 건물옥상 휴게공간으로 이동한 후 불상의 원인으로 추락하였다.

오후 1시 근무가 시작되었으나 강과장은 복귀하지 않았고 직속 상사, 동료직원 등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추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 수색으로 망인의 핸드폰이 4층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는데, 근무시간 종료는 물론 그 이후 망인의 시신이 발견되는 익일 새벽 5시까지 핸드폰에는 망인을 찾는 회사의 상사나 동료 그 누구의 번호도 찍혀 있지 않았었고, 오로지 남편을 찾는 부인과 아버지를 찾는 아들의 번호만 찍혀 있었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은회사에서 업무종료를 하면 업무일지 작성. 현장정리 등을 통해 일과를 마무리 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 과정에서 상사가 직원들을 확인했더라면 근무현장의 담장 너머에서 뼈가 골절되어 고통 속 에서 몸부림치며 숨이 끊어져 가는 망인을 발견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료직원이나 상사 그 어느 누구도 근무시간이 종료될 때까지도 망인의 소재를 궁금해 하지 않았고, 야간에는 경비원이 회사건물의 외곽을 순찰하도록 근무규정이 되어있었지만 망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찍이 소재만 파악했어도 추락으로 허리가 부러져 17시간 동안 절규하며 사망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유족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유족이 걸어 놓은 회사 앞 현수막
 유족이 걸어 놓은 회사 앞 현수막

망인은 어렸을 때 뇌성마비의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고 양쪽 손의 기능저하 및 양쪽 다리를 저는 3급 중증 장애인이다. 13년 전 엘엠에스에 입사하여 사고 직전까지 품질관리 과장의 직책을 수행하며 근속을 하였다. 유족들은 망인이 매일 업무종료 후 추가 야근으로 밤 9시 퇴근 또는 밤 11시 퇴근이 통상적이었고, 토요일조차 출근하여 근무를 하도록 강요하여 주52시간제를 위반하였고, 지체장해 3급인 망인의 신체상태 를 전혀 고려치 않고 심신이 극도로 과로한 상태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망인의 유족들이 회사 측에 무한책임을 묻는 이유로는, 회사가 동생을 채용한 것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피하기 위하여 채용하였고, 성격이 너무 착하여 거부하지 못하는 망인에게 화장실과 탈의실 청소 등 13역의 과한 업무로 괴롭힌 것. 시간외 근무를 매일 강요하고 휴일근무까지 시키고서도 월 320만원의 저렴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과중한 업무로 부여하였고,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를 벗어나려고 사건발생 10일 전에 사표를 제출하였지만 팀장이 거절하며 망인의 과로 탈출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망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고 해도 회사업무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과 탈출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용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보호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및 관련 노동법령위반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대법원 2021.8.19. 선고 2018270876 판결)

 망인이 타던 승용차에 유족이 설치한 현수막
 망인이 타던 승용차에 유족이 설치한 현수막

그러나 회사 측은 사건 발생 이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였으나 사건 발생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자문 변호사의 말을 인용하여 "미안한데 우리 변호사가 합의하지 말란다. 합의금 주면 배임죄라서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추위에 속에서 망인의 형이 회사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회사 측은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 직후 평택경찰서 조사관은 자살로 단정 지었으나  유서 등 자살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은 허리가 부러져 금방 죽는 경우는 상식적으로 없으니 최소한 사망시간이라도(장례 및 제사 일자를 특정) 알기 위해 부검을 요청하였고 망인의 부검이 이루어졌지만 국과수 회신은 애매모호하다.

부검 감정서에는 가장 중요한 사망추정시간이 명시되지 않았고, ‘추락과정에 불상의 외인 개입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경부 좌측 및 허리의 손상은 일정한 형태를 가진 물체나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정형손상(patterned injury)으로 추정되는바, 변사자의 의복 및 추락지점의 현장 상황과 비교하여 수사하라는 것이다.

유족들은, 부검에서 정확한 사망추정시간이 필요하였으나 성급한 경찰의 판단과 수사종결로 조사기회를 놓쳤다는 입장이다. 사망시간이 특정되었다면 사망원인 파악 및 보상과 배상에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망인이 추락 후 신음하다가 사망한 회사건물 뒷편 울타리
 망인이 추락 후 신음하다가 사망한 회사건물 뒷편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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