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천년의 아픔을 덮으랴
눈이 나린다

오래토록 기다리던 습성으로
그나마 뛰던 가슴
이제 그만 먼 전설이 되고
굳어버린 차가운 등허리로
그리던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오히려 낯설기만 한 12월의 눈

내 알 수조차 없는 죄로
고개짓 눈짓 한번 소리쳐 못하고
그토록 기리던 사랑은
그저 낯선 기운으로 스쳐가
불타오르던 가슴 청동기로 돌아가고
이제는 다만 지나가는 12월

그래도 내리는 12월은 아픔이 되어
천년 아픔을 덮으려느냐
눈이 나린다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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