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인미답의 1500승을 달성한 '경마대통령' 박태종 기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후 관객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박생규기자 skpq@newsin.co.kr
【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경마대통령이라 불리우는 박태종 기수가 드디어 1500승 달성에 성공했다.

25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두 번째 기승경주였던 제3경주에서 '제이스턴'에 기승해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개인통산 1500번째 승리를 일궈냈다고 밝혔다.

이날 경주거리 1000m로 시행된 3경주에서 박태종 기수는 초반 3위권에 머무르면서 무난한 출발에 성공한데 이어 4코너를 선회하면서 2위까지 치고 올라와 손쉽게 승리를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선두로 달리던 최범현 기수의 '에버클레버' 역시 추입을 시작하면서 1등자리를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최범현 기수와 박태종 기수의 경합은 결승선 전방 약 100m를 앞둔 지점까지 계속 됐지만 결국 박태종 기수의 '제이스턴'이 막판 한걸음을 선보이며 역전에 성공해 결국 1마신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록을 작성한 박태종 기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1500승에 4승이 모자란 상황에서 시작한 6월 박태종 기수의 평균 승률이 15%임을 감안하면 한주에 못해도 3승 이상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6월 2주차까지 박태종 기수는 3승만을 기록해 대기록 달성을 기다리는 경마팬과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6월 첫 주와 두 번째 주에서 박태종 기수가 기승한 23번의 경주에서 인기순위 1위였는데 우승하지 못한 경주가 5회였다.

여기에 인기순위 2위까지 합치면 총 11회로 11번이나 우승가능경주에서 우승을 놓친 셈이다. 물론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는 경마에서 우승을 인기순위로만으로 예상하는데 따르는 문제점은 있다.

경마대통령이라 불리우는 박태종 기수이기에 산술적인 기대치 이상으로 기록달성의 기대치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한 경마팬은 "지난주부터 무조건 태종기수에게 단승식을 베팅하고 있다"면서 "우승마 예측보다는 한국경마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대기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한국경마기수협회 관계자는 "1500승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기 위해 6월 첫주부터 꽃다발을 준비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난주까지 그야말로 헛탕이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박 기수가 1500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순간 '이제 업무에 열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기뻐했다니 그 고충(?)을 짐작케 한다.

그렇지만 박태종 기수 본인이야 말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1500승을 달성한 직후에 실시된 인터뷰에서 "범현이와 막판 경합하느라 결승선을 통과한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태종 기수는 실제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도 열심히 말몰이를 하다가 뒤늦게 우승 세레모니를 보였다.

박태종 기수는 이어 "지난주에는 큰 부담이 없었는데 이번주에는 가슴이 두근두근 할 정도로 첫 경주(2경주)부터 부담감이 너무 심했다"고 털어놨다.

인기마에 기승했기에 더욱 그랬다는 박태종 기수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경주에 임한다고 자신했는데, 1500승을 앞두고는 그렇지 못했다"며 "새삼스럽게도 1승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묵묵히 지켜보면서 아껴주고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실망시켜드리는 일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기수가 되겠다"고 경마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태종 기수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곧 한국경마에 걸고 있는 기대이며, 그가 경주에 나서고 또 우승할 때마다 한국경마의 새 역사가 써지고 있으니 박태종 기수의 어깨에 지어진 무게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박태종 기수 본인은 그 무게가 무겁고 버겁다고 단 한 번도 싫은 내색 않고 묵묵히 여기까지 걸어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1승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하니 분명 한국경마 신기록 달성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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