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족 "존엄사 비약·왜곡되지 않기를 빈다"

【서울=뉴시스헬스】김연환 기자 = 세브란스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모씨(76, 여)에 대한 인공호흡기 제거를 결정하고 23일 인공호흡기 제거를 단행했다.

지난달 21일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판결한지 33일 만에 호흡기를 제거한 것이다.

그간 병원은 김씨의 상태가 존엄사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결국 병원윤리위원회의 호흡기 제거 결정에 따라 호흡기 제거를 최종 결정했다.

◇세브란스, 사상 첫 호흡기 제거 병원 기록

세브란스병원은 23일 오전 8시50분께 9층 중환자실에서 15층 임종실로 옮겨졌다. 이후 9시50분 부터 약 20여분간 임종 예배가 진행됐다.

임종 예배는 김씨가 생전에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세브란스병원은 임종예배의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번 존엄사와 관련해 환자를 죽이는 병원이라는 이미지가 남게 되지 않을 까라는 우려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호흡기를 제거하는 과정에는 주치의 박무석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 2명, 간호사 2명과 아들, 사위 등 보호자 3명 등 총 7명이 배석해 자리를 지켰다.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60여 곳의 언론사가 대거 모여 김씨의 존엄사 과정을 담기 위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렸다.

◇호흡기 제거, 그 이후…

임종 예배 후 10시24분께 김씨에 씌워졌던 인공호흡기는 제거됐다.

인공호흡기 제거 후 김씨는 다소 호흡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안정을 되 찾는 모습을 보였다.

산소포화도 90 이상, 혈압 140~76, 맥박수 90, 호흡수 20 등 지표는 김씨가 비교적 안정적 이라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호흡기 제거 후 수 시간 안에 김씨가 임종을 맞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라면 김씨가 언제 사망에 이를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겉으로보기에도 편안히 호흡하고 있다"고 환자의 상태을 전했다.

◇환자 가족, "비약·왜곡 되지 않기를 빈다"

이러한 김씨의 상태를 접한 환자의 가족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환자 보호자들이 궁극적으로 안락사를 원한 것이아니라 호흡기를 제거한 자연사를 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환자의 맏사위 심모씨는 서면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이 너무 비약·왜곡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번 희생이 이 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전했다.

환자의 변호를 맞고 있는 법무사무소 해울도 서면 자료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시하며,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과 환자 보호자는 앞으로 의료과오에 대한 민사소송,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소송, 자연사법 인정을 위한 헌법소원 등을 준비하고 있어 일말의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목숨 연명 될 경우 '집으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씨가 제거 직후 다소 흐트러진 모습 이외에 모든 생체신호가 정상의 모습을 보이면서 존엄사에 대한 기대와 생존 여부에 대한 관심이 함께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급한 여론은 김씨가 생존할 경우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김씨가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을 보일 경우 우선 보호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입원시킬 이유가 없어진다.

가까운 요양병원 혹은 집으로 환자를 이송 시킬 확율이 높다.

평소 환자 보호자 역시 인공호흡기 제거와 함께 환자를 집으로 이송 할 것을 평소에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주변 관계자 역시 "환자가 지속적인 연명 가능성이있을 경우 환자를 집으로 이송하는 부분에 대해 전향적으로 이야기 해 볼 것"이라고 말해 향후 김씨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김씨가 이대로 사망할 경우 검찰의 지휘하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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