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소설가 이성수 = 해군 장병들은 군인만이 아니었다. 망망대해의 거센 파도를 뚫고 나아가는 투사이고 국제 관계를 꿰뚫어 보며 한국을 알리는 세련된 외교관이기도 했다. 조예가 깊은 역사가이기도 하고 사회를 관통하여 읽어내는 사회학자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남달라서 문화예술 사절단으로서의 모습으로도 손색없었다.

그리고 다방면의 학식과 식견이 탁월하여 서생 같은 엘리트였으며 상인 같은 감각을 발휘하는 방위산업 세일즈맨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나라의 간성이며 지도자감 들이었다.

또 군함은 선박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대한민국 영토였다. 선상에 들어서는 교민들의 발걸음은 고국 땅을 내딛듯 가볍고 당당했으나 외국인의 발걸음은 이국땅에 들어서는 듯 조심스러웠다. 분명 이국의 영토며 군항인데도 우리의 규범과 질서가 작동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교민들의 어깨가 으쓱해지며 장병들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자긍심이 묻어 나왔다.

필자는 선상에 오를 때마다 두려움이 앞선다. 바닷물은 언제나 검은색이었다. 육지가 보이는 근해에서도 무서움으로 오금을 저렸다. 그런데 어디를 봐도 수평선이었다. 육지는 고사하고 지나치는 선박조차도 없었다. 바닷바람이 거셌다. 너울이 입을 크게 벌려서 포효하고 있었다. 하늘로 솟아오르는가 싶던 뱃머리가 갑작스럽게 곤두박질치자 마치 군함이 부서지는 듯한 쿵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하얀 포말이 뱃머리를 끊임없이 덮쳐왔다. 제자리에 서 있기조차 힘들 만큼 흔들렸다. 결국 뱃속이 요동치며 멀미가 일어났다. 그러한데도 두렵지는 않았다. 묘한 안정감이 생겨났다. 오히려 포근하기까지 했다. 이를테면 장병들의 노고가 그런 마음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어느 때였건 바다를 주름잡을 때 국력이 성했다. 스페인이 그랬고 포르투갈이 그랬다. 또 영국이 그랬고 미국이 그러고 있다. 우리의 교역은 99.7%가 해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해상의 교통로는 우리의 젖줄이나 다름없다. 오늘날 교역의 성패는 곧 부강과 직결된다. 우리 해군의 역량과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필자는 순항훈련전단과 열흘 남짓만을 함께 했다. 그 기간에 해군 장병들과 수없는 인사를 나누었다. 한 번을 마주치든지. 두 번을 마주치든지. 세 번을 마주치든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장병들끼리도 마찬가지였다. 항해는 보통 일이 아니다. 각자의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해야 가능하다. 아마 인사로 그런 마음을 표현하며 드넓고 거친 바다를 헤치는 듯했다.

해군 장병들은 순항훈련전단장을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였다. 임무 수행을 위해 24시간 동안 오감을 곤두세워놓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내 생각과 인식이 통째로 바뀌었다. 내게는 대사건이다. 왠지 내 안에 또 하나의 우주가 생겨난 기분이다. 앞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민간인이 나는 한배 탄 전우가 되어 돌아왔다. 

순항훈련전단 장병 여러분의 노고와 역할과 가치에 거듭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소설가 이성수.
소설가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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