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은미 작가]
사진=[이은미 작가]

당신 머리에선 바람이 일어요.
황황히 늘 어디론가 떠나는 바람이.

문 밖에 나서면
벌써 흩어진 발자국들 보이구요
그 틈으로 어느새 낯익은 당신의 바람도 보여요.
마지못해 돌아서던 엊저녁엔
굵직한 빗장 하나 당신 입술을 채우더군요.
당신이 밤새 뒤척이던 머리맡으로는
새벽녘
어느 먼 길에서 돌아온 지친 잠 하나가
아주 조그맣게 쓰러져 눕습디다.

서둘러 준비하는 새로운 아침,
당신의 바람은 또 맴돌듯 일어서구요
어디론가 여전히 먼 행로를 준비합니다.
멈춧멈춧 흔들리던 올 센 당신의 머리
드디어 시퍼런 비수 하나
오늘은 성난 모습으로 달려오네요.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

「이은미 시인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국어과 재학 중 ‘보길도의 5월’, ‘가장 확실한 사랑’ 등으로 월간 시문학 잡지를 통해 추천 등단했다. ‘내항’과 ‘합류’에서 동인활동,대우 ‘삶과 꿈’ 잡지 편집팀에서 근무, KBS에서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첫시집 ‘후박새 날던 저녁’과 동인지 ‘화요일 들녘에서 그리움을 맹세하지 마라’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