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헬스】박생규 기자 = 고려 말기에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는 알게 모르게 몽골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말과 함께 생활하는 몽골인들의 문화는 말과 관련된 몽골어들을 많이 남겨놓았다.

털빛이 검은 말을 뜻하는 '가라말'은 몽골어 'qara'에서 왔으며 털빛이 누런 말 '공골'은 몽골어 'qongqor'에서 왔다.

털 빛깔이 밤색인 구렁, 흰말인 부루, 털빛이 붉은 절따 등도 모두 몽골어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은 말에 대한 용어가 무척 세분화돼 있다. 같은 말이라도 한 살부터 여섯 살까지 암수에 따라 모두 다르게 부르고, 색깔에 따라서도 무려 50여 가지의 말 이름이 존재하며 말의 다양한 걸음걸이를 나타내는 단어가 100개도 넘는다.

유목민족인 몽골인들에게 말은 가장 필수적인 가축이었다. 말은 넓은 초원지대를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이었으며 여름에는 '아이락'이라는 마유주(馬乳酒)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동물이었다.

몽골의 시골에서는 남자들이 화장실 갈 때 '말을 돌보러 간다'고 하고 여자들은 '말의 젖을 짜러 간다'고 한다.

몽골의 대표적인 악기 마두금(馬頭琴)은 말머리 조각이 있는 현악기로 나무로 만든 통 앞뒤로 말 가죽을 붙이고 말총으로 현을 만든다.

마두금은 몽골의 의인 후훠남질이 죽어버린 자신의 명마 '조농 하르'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마두금은 내몽고에는 모린 톨로가이홀(morin-tologaihole), 외몽고에서는 킬(khil) 또는 쿨(khul)이라고 부른다.

몽골인들이 가장 애송하는 시는 몽골의 시인 나착도지가 지은 '나의 모국'이라는 시인데, 여기에서 몽골이라는 나라는 '수많은 말떼가 달리는 훌륭한 골짜기'로 표현되고 있다.

몽골말들은 매우 강인한 동물이어서 혹독한 몽골의 겨울에 잘 적응한다. 몽골말들은 눈 덮인 한 겨울에도 50cm가 넘는 눈을 발굽으로 헤집고 풀을 뜯어 먹는다.

심한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고 열악한 자연환경을 견뎌내는 말들의 강인함은 몽골인들이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몽골인들은 말의 민족이요, 몽골의 역사는 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료=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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